지난 세 차례 출석 요구와 한 차례의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히 거부했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며 한남동 관저의 문을 열어주고 나서야 수사에 응하게 됐다. 경호처 관계자는 “지휘부에선 새벽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를 요구했지만, 위법 우려로 지시를 따른 경호관은 없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머물다 공수처까지 동행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관저에서) 공수처 검사 2명이 체포영장을 설명하니, 윤 대통령이 ‘알았다, 가자’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진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은 마지막 말씀으로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2분 48초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대국민 담화를 영상으로 찍어 체포 뒤 변호인단과 대통령실을 통해 공개했다. 휴대폰으로 급히 찍은 듯 화면은 흔들렸고, 화질은 거칠었다.
그러면서 지지층을 향해 “저를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 글에서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며 “‘계엄=내란’이라는 내란 몰이 프레임 공세로 저도 탄핵 소추됐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2·3비상계엄 선포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인데, 2시간짜리 내란이 있습니까”라며 정당성을 항변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언급하며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특정 정치세력이 장악한 여론조사 시스템과 선관위의 확인 거부 및 은폐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 근거나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이후에도 계속 메시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에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서신을 보내며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행보는 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역풍과 맞물리며, 보수층이 결집하고 여야 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효과를 거뒀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4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여론 조사에 취해 윤 대통령이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박종준 전 경호처장, 정 실장 등은 체포영장 집행 전 윤 대통령이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대안을 물밑에서 윤 대통령 측에 제안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경호처의 충성을 과신하며 응하지 않았고, 결국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지지층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한민국을 더욱 분열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진영의 지지율 결집은, 거꾸로 한국 사회가 더욱 단절됐다는 뜻”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절반의 국민은 불복하는 내전 상황이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