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지만 ‘돈 걱정’은 컸다. 2억원 넘는 결혼 자금 부담에 비혼을 택하는 젊은 층이 많았고, 10가구 중 8가구가 ‘돈 없는 노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15일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은 1억178만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2~2023년) 9000만원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1000만원 이상 늘며 처음 1억원대로 올라섰다. 연구소가 지난해 7월 5000명 금융소비자(20~64세)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금융거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결혼과 자녀 출산, 노후 준비였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 가운데 “앞으로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이들(33%)이 “결혼 예정”인 사람(27%)보다 많았다. 비혼 응답자들은 ‘혼자가 낫다’고 결정한 이유로 결혼에 대한 가치관보다 ‘경제적 여건’을 더 많이 꼽았다. 특히 월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결혼 비용 부담 때문에 ‘비자발적인 비혼자’를 택한 비중이 절반이었다.
최근 3년 내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신혼집과 예식장 비용 등 결혼자금을 따져본 결과 평균 2억635만원이었다. 현재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예상한 비용은 2억2541만원으로 뛰었다. 결혼 비용이 해마다 약 1000만씩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혼 의향에 따라 재테크 방향도 달라졌다. 결혼을 계획한 경우엔 기본적으로 결혼 준비와 집 마련 등을 위해 저축에 적극적이었다. 주식 등 직접 투자에도 관심이 많았다. 반면 비혼자는 간병보험 등 보험을 활용한 노후 준비에 우선순위를 뒀다. 또 여가와 취미 생활을 위한 저축도 했다.
결혼 후엔 자녀 유무가 가구 총자산에도 영향을 줬다. 자녀가 없는 경우 상대적으로 생활비 부담이 줄지만, 자가 보유율은 자녀가 있는 가구보다 1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자녀가 없는 가구의 총자산은 평균 6억743만원으로, 유자녀 가구(7억4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이상 적었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설문 조사에서 10가구(기혼) 중 8가구(77%)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으나 부족하다”고 답했다.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10.6%뿐이었다.
기혼 가구의 현재 총자산은 평균 6억7000만원(부동산 포함)이었다. 은퇴 때까지 추가로 2억5000만원 늘어나 9억2000만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컸다. 반면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답한 가구의 평균 예상 노후자금은 18억6000만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윤선영 연구위원은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경우엔 (노후자금 구성이) 국민연금이 절대적이었고,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의존도가 높았다”며 “충분한 유동자금을 확보해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어야 노후 불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