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장진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꽃의 비밀’을 들고 돌아왔다. 2015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중국과 일본에 수출돼 해외 관객에도 웃음을 선사한 작품이다. 그는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이 무대를 통해 실컷 웃다가 가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진 식 코미디’라는 말에 대해선 “항상 민망하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날이 선 은유가 담긴 조크(농담)가 풍자가 돼 권력 집단, 힘 있는 자들에게로 향할 수 있다”라며 코미디가 지닌 가치를 전했다.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장진 감독을 만났다.
올해가 데뷔 30년이다.
우선은 자책의 생각이 들었다. 영화계, 공연계 등의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그간 무엇을 했느냐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창작자 개인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공연계가 더 나아지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일보는 1995년 10월 26일 자 ‘대학로 팔방미인 등장’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장진을 ‘연극계의 샛별같은 신인스타’로 소개했다)
본인의 이름이 장르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진 식 코미디’라는 건 제게 늘 민망한 말이다. 양식적으로 보면 (이런 류의 코미디는) 늘 존재해 왔다. 단지 내가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했고 언론 등에서 많이 회자하면서 그런 이름표가 붙은 것 같다. 다만 기질적으로 이상한 엄숙주의를 싫어한다. 그리고 은유를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은유를 조금 날 서게 하며 조크를 하면 풍자가 된다. 그것은 권력 집단, 힘 있는 자들로 향할 수 있다. 진지하고 엄숙한 상황에서의 조크를 좋아한다.
장진 작품에는 여타 코미디와는 다른 웃음이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작품을 해석할 때 과학적·수학적인 인과를 따지고는 하는데, 사실은 아주 단순하고 가볍게 출발한 경우도 있다. 영화 ‘아는 여자’의 출발점은 ‘손 한번 안 잡아 보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총 안 쏘는 전쟁 영화’ 같은, 어떻게 보면 치기 어린 생각들로 출발한 경우가 많다.
‘꽃의 비밀’이 10주년을 맞았다. 초연, 앙코르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대가 바뀌어도 통용될 수 있도록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이 작품이 슬랩스틱 정도의 코미디 장르이다 보니 과거에는 재밌다고 여겨졌지만, 다시 보니 ‘웃음 성공률이 높지 않겠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압축‧생략했다. 나이가 드니 모험을 하고 싶지 않더라(웃음)
최근의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 코미디 작품을 내놓은 부담감은 없었나
너무 큰 사건이 터졌고 충격도 컸다. 이후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대치를 사실은 이해 못 하겠다. 그래도 사람마다 본인만의 염증이 있을 거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체감 경기가 너무 좋지 않고 ‘요즘 살 맛 난다’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잠깐 무대를 보고 실컷 웃으며 쉬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나와 전혀 안 통할 것 같았던 젊은 세대가 한 곳을 보면서 같이 웃는 거다
관객의 반응이 기대되겠다.
궁금하다. 과거 공연 때와 비교해도 세태가 변했는데, 웃음이라는 것은 정말 과격하게 변한다. 예전 성공 사례가 위험할 수 있다. 차라리 과거 사례를 잊고 이번처럼 새로운 배우와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언젠가는 다른 연출가에게 작품을 맡기는 것도 생각해 보려 한다.
새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꽃의 비밀’ 초연 때 처음 대본을 보여준 게 장영남 배우였다. 모든 배우가 다 열심히 잘 해주고 있다. 과거에는 작품에서 내 해석을 밀어붙이고는 했는데, 서로 좋은 해석을 다 찾아가자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눈에서 ‘레이저’를 반납하고 목청은 세월에 줬다. ‘즐거운 노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고로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앙코르 공연을 했고 일본, 중국으로 수출됐다.
극에 등장하는 네명의 주부 중 ‘왕언니’인 소피아 역에는 박선옥‧황정민‧정영주 배우가, ‘술고래’ 자스민 역엔 장영남‧이엘‧조연진 배우가 캐스팅됐다.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 모니카 역은 이연희‧안소희‧공승연이, 네 주부 중 막내인 지나 역은 김슬기‧박지예가 연기한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은 조재윤‧김대령‧최영준이, 간호사 산드라 역은 정서우‧전윤민이 맡는다.
다음 달 8일부터 5월 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앙코르 공연을 했고 일본, 중국으로 수출됐다.
극에 등장하는 네명의 주부 중 ‘왕언니’인 소피아 역에는 박선옥‧황정민‧정영주 배우가, ‘술고래’ 자스민 역엔 장영남‧이엘‧조연진 배우가 캐스팅됐다.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 모니카 역은 이연희‧안소희‧공승연이, 네 주부 중 막내인 지나 역은 김슬기‧박지예가 연기한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은 조재윤‧김대령‧최영준이, 간호사 산드라 역은 정서우‧전윤민이 맡는다.
다음 달 8일부터 5월 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