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인텔, 중국 뒷문 단속 단단히 하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TSMC·인텔 등이 생산한 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지 못 하게 하는 추가 규제를 발표한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19일 임기를 마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막바지까지 대(對) 중국 인공지능(AI)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14 혹은 16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 공정으로 생산된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추가 규제의 골자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은 화웨이 등 미국 제재 대상인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10월 화웨이 제품에서 TSMC가 제조한 칩이 발견돼 발칵 뒤집혔다. TSMC는 지난 2021년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지만 중국 스타트업과는 거래를 이어왔는데, 알고 보니 화웨이가 이들 뒤에서 ‘대리 주문’을 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 이후 TSMC는 회사를 불문하고 중국에서 오는 첨단 칩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새 규제는 이런 ‘뒷문 유출’이 재발되지 않도록, 파운드리 업체가 고객을 보다 면밀히 조사하고 실사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반도체는 ‘설계-제조’의 분업 구조인데, 화웨이가 첨단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등 중국의 설계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조 능력은 아직 대만·한국·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대표적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14나노 이하 첨단 칩을 제대로 제조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첨단 파운드리 3사인 TSMC·삼성·인텔만 단속하면 중국이 첨단 AI 칩을 손에 넣지 못할 거라는 게 미국 정부의 계산이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TSMC에 위탁 제조를 맡겨왔다. 그러나 삼성 파운드리 또한 시장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이 아직 미국 빅테크 등 대형 업체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의 문이 닫히고 있어서다.
미국의 이번 추가 규제는 지난 13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AI·반도체 국가별 수출 통제의 후속 조치다. 상무부는 국가를 ‘동맹국-중간국-우려국’으로 나눠 각 그룹에 수출할 수 있는 AI 기술·칩의 한도를 설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은 미국의 AI 기술·칩을 수입하는 데 제한이 없지만, 그 외 국가들은 여기에 접근할 때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AI 반도체 공급망이 완전히 두 쪽 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AI 모델의 성능이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개발 비용이 메타(페이스북 운영사)의 AI 모델 라마의 100분의 1 정도만 들었는데도, 성능 평가에서 뛰어난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이 막히기 전에 사놓은 구형 GPU를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AI 훈련용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더 강하게 규제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