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지난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캐나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자신의 마러라고 저택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캐나다 주지사'라고 부르고, 트루스소셜에 미국 국기가 그려진 캐나다 지도를 올리기도 했다.
농담 같았던 트럼프의 영토 욕심은 캐나다를 넘어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까지 넘보며 수위를 더 올렸다. 앞서 트럼프는 “경제적인 힘”으로 캐나다를 굴복시키겠다고 했는데, 지난 7일 트루스소셜에선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하면 관세가 없어지고 세금은 크게 낮아지며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라며 회유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캐나다 정치권도 최근 태도가 달라졌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만찬 당시 “트럼프가 농담을 했다”며 “트럼프가 우리를 놀렸다. 진지한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듭된 조롱에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입고 사임했다. 그는 지난 6일 사임 발표 직후 미국 합병론에 "지옥에서 눈덩이가 굴러갈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EU 가입해라" 칼럼에 반박문도
캐나다가 미국에 합병되기보다는 EU에 편입되는 것이 낫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캐나다가 EU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럽은 땅과 자원이 필요하고 캐나다는 사람이 필요하니 일석이조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를 두고 캐나다 보수성향 매체 내셔널포스트는 "캐나다가 EU에 가입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반박문'을 냈다. 이 매체는 EU에 가입하면 캐나다에 유럽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는 심각한 테러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는 규칙상 유럽 국가에만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캐나다와 유럽 간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EU는 이미 지난 2017년 자유무역협정(CETA)을 맺고 대부분 관세를 폐지했다.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주에서 분리 독립파의 지지세가 급상승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일각에선 "캐나다가 미국에 편입되는 것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캐나다는 캘리포니아주처럼 수십 개의 의석을 차지한 거대한 민주당의 주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는 미 대선 결과를 결정하는 주별 선거인단 중 가장 많은 55명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미 대선 기간 캐나다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가상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4%로 트럼프(21%)보다 훨씬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CNN 정치평론가 밴 존스는 "진지하게 말하면 캐나다는 거대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주)'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