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갑상샘암도 수술?…서울대 연구팀 "하나 안하나 삶 질 차이 없어"

갑상샘암 수술을 앞둔 환자. 중앙포토

갑상샘암 수술을 앞둔 환자. 중앙포토

초기 갑상샘암을 수술 하나 안 하나 환자의 삶의 질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 초기에는 수술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찰한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민주·문재훈 교수 연구팀은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 등 국내 11개 병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갑상샘 암환자 927명을 추적 조사 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다기관 코호트 연구(KoMPASS cohort)이다.

연구팀은 저위험군 미세갑상샘유두암(암세포 크기가 1cm 이하) 환자 927명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수술이나 적극적 관찰을 선택하게 한 후 치료 직후, 6개월, 12개월, 24개월에 두 그룹의 삶의 질을 평가했다. 갑상샘암 환자의 삶의 질 평가 설문지(KT-QoL, Korean Thyroid-specific Quality of Life questionnaire)를 활용했다.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이다. 0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며 높을수록 삶의 질이 좋다는 뜻이다. 

적극적 관찰 기법은 수술하지 않고 6개월~1년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해서 암의 크기와 전이 여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암세포가 림프샘에 전이되지 않거나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는 환자가 적극적 관찰을 선택할 수 있다. 상담 후 의료진이 적합한지 판단한다. 암이 진행하거나 전이가 의심되면 수술로 전환해야 한다.  

연구 결과, 치료 초기에는 적극적 관찰 그룹의 삶의 질 점수가 7.1점, 수술 그룹은 6.7점이었다. 6개월 후에는 각각 7.2점, 6.8점으로 적극적 관찰 그룹이 좋았다. 1년 후에는 각각 7.2점, 7.1점으로 비슷해졌다. 2년 후에는 각각 7.3점, 7.1점이었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나면서 두 그룹의 삶의 질이 유사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관찰을 선택한 환자는 수술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종양 크기가 작으며, 갑상샘암 가족력이 있거나 고소득층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치료 선택 전 적극적 관찰 치료 기법을 알고 있으면 적극적 관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민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위험군 갑상샘암일 경우 수술뿐만 아니라 적극적 관찰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암 진단 후 즉각적 수술이 일반적이었던 관행을 벗어나 환자가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서 치료 방법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술이 우세한 국내 관행을 적극적 관찰로 옮겨갈 수 있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훈 교수는 “환자들에게 수술과 적극적 관찰 둘 다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며 “환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치료 방법별 장단점과 삶의 질 영향을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갑상샘학회지 Thyroid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삶의 질을 따지는 데 한정했다. 치료 효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민주 교수는 "다른 연구를 보면 수술이나 적극적 관찰 치료법의 환자 사망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며 "수술과 적극적 관찰의 치료 효과가 큰 차이 없다고 보지만 일부 환자에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 관찰 치료를 받던 일부 환자가 암세포가 커지거나 전이돼 수술하게 되면서 수술 범위가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왼쪽) 교수와 김민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왼쪽) 교수와 김민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