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파 vs 여의도파 두쪽 난 보수…“판 커지니 파이싸움”

‘윤 탄핵 반대’ 우파 집회 분열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열렸다. 사진은 지난 1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측이 주최한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열렸다. 사진은 지난 1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측이 주최한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 모습. [연합뉴스]

광화문이냐, 여의도냐.

매주 주말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온 정상훈(53·부동산 중개업)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8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동시에 집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전에는 광화문이면 광화문, 한남동이면 한남동, 메인 집회가 열리는 장소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반으로 딱 쪼개져서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 게 좋은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급격히 세를 불려온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진영이 최근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화문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역과 부산 집회는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와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양대 축이다. 일각에선 양측이 경쟁을 넘어 ‘파이 싸움’이라는 갈등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화문 와야 애국” “왜 분탕질” 저격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열렸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세이브코리아를 주축으로 한 ‘국가 비상기도회’가 개최한 여의도 집회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열렸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세이브코리아를 주축으로 한 ‘국가 비상기도회’가 개최한 여의도 집회 모습. [뉴시스]

지난 1일 부산 동구의 부산역 광장 앞은 우산을 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손현보 목사가 중심이 된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국가 비상기도회다. 종교 집회 형식이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였다. 궂은 날씨에도 모여든 1만3000여 명(경찰 추산)은 우산을 받쳐 들고 ‘탄핵폭주’ ‘내란선동’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탄핵 반대” “싸우자” “이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스타는 보수 유튜버 그라운드씨 김성원씨와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였다. 최근 보수층에서 급속도로 인지도를 높인 이들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쏟아졌다. 연호 속에 무대에 오른 전씨는 “탄핵 반대 집회자가 많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올라가니까 (언론이)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이간질하고 있다”며 “모두 하나 되어 우리 대통령 탄핵을 기각시키고 (윤 대통령이) 직무 복귀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칩시다”라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는 3만8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집회다. 무대에 오른 전광훈 목사는 “토요일은 무조건 광화문으로 모여야 한다”라며 “손현보 목사님 잘 들어, 애국 운동에 있어서 날 따라오려면 앞으로 10년 공부해도 나를 못 따라온다”고 했다. 전 목사가 당일 동시간대 열린 부산역 집회 주최 측인 손현보 목사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어 연사로 나선 보수 유튜버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광화문으로 모이자고 하니까 자꾸 분열시키지 말라고 하더라. 한 곳에 다 모여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국본 측 인사들은 “광화문에 모이는 게 진짜 애국”이라는 말을 연신 강조했다.

그간 아스팔트 우파라면 전광훈 목사와 신혜식 대표 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새 사정이 달라졌다. 전한길·김성원씨 등이 언론 등의 주목을 받으며 인지도가 부쩍 올라갔고, 이들이 합류한 손 목사 측의 세이브코리아도 덩달아 세력이 커졌다. 유튜브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수퍼챗 순위에선 ‘광화문파’ 신 대표의 신의한수가 1억5734만원으로 1위였고 바로 그 뒤를 그라운드씨가 8898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24일 신혜식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손현보는 우파가 아니다”라며 “광화문 집회를 왜 분탕 치냐”며 손 목사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후에도 신 대표는 “여의도 가면 분탕” “세이브코리아와의 전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반으로 나뉘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위에서 만난 김모(71)씨는 “솔직히 돈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겠냐”며 “전광훈·신혜식씨가 여기서 그간 얼마나 돈을 벌었겠냐. 나는 저들이 싫지만 정권 교체는 막아야 하니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 가량 떨어진 안국역 5번 출구 앞 집회에서 만난 최모(68)씨는 “전광훈 목사가 7년간 쌓아온 리더십이 부러우니까 손 목사가 따로 시작한 것”이라며 손 목사가 이권 다툼을 일으켰다 주장했다. “전광훈과 전한길은 아무 감정이 없는 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갈등 이면에 수익독점 견제”
한편에선 양측의 갈등이 “좌파의 술책에 넘어가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모(55)씨는 “좌파에서 ‘전 목사가 체포된다’는 식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보수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갈등 아래엔 수익모델에 대한 독점과 견제가 있을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관련해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서 모금된 자금의 사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  결국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연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 후원자 일부가 ‘개국본 회비 반환촉구소송을 추진하는 촛불연대’를 따로 만들어 후원금 반환 소송을 벌였다. 양측은 서로를 ‘민주진영 분열세력’이라며 맹공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분열을 수익원으로 삼는 이들의 파이싸움”이라며 “인기 유튜버들이 합세해 시장의 덩치가 커지니 쟁탈전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