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 위협적 경쟁자 없고 호남 선택은 이재명”…“30%대 초반 박스권 지지율, 확장성 의문”

전문가 5인이 본 ‘이재명 대세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연 1위로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의아한 질문일 수도 있다. 사실 각종 지표를 통해 만나게 되는 이 대표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한국갤럽이 매달 실시하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조사에서 이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 선두 자리를 내준 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지난해 3월뿐이다. 야권 내부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두 자릿수 지지를 기록한 건 이 대표뿐이다. ‘경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다소 복합적이다. 고질적인 사법리스크를 접더라도 불안감을 거두기엔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순풍만 부는 듯했던 이 대표의 항해가 조금씩 맞바람을 받기 시작한 건 1월부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에도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 여기에 국민의힘과 탄핵 반대 측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이 대표의 대선 승리에 대한 물음표가 붙기 시작한 것. 설 연휴를 지나자 일부 여론조사긴 하지만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여권 후보에게 패배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러면서 이른바 ‘3김’(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으로 불리는 경쟁자들도 본격적인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대선 레이스에서 1위 주자를 향한 집중 견제와 맞바람은 늘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1위 주자가 으레 겪는 기침 정도로 그칠까. 아니면 A형 독감이 될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대표가 가장 우세한 고지에 있다”면서도 그를 둘러싼 환경이 되려 지난 대선보다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도 같이 내놨다. 왜 그런지 들어봤다.

# ‘대세론’은 상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가 30% 초반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비주류 포용과 중도실용 인사 영입 등을 조언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가 30% 초반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비주류 포용과 중도실용 인사 영입 등을 조언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단 이 대표의 대세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견고한 지지층’과 ‘당내 경쟁자 제거’를 꼽았다. 윤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의 경선에서 승리한 이래 당내에서 이 대표를 위협할 경쟁자가 없었다”며 “3년 동안 민주당의 오너는 이재명이었고, 그 기간에 자신의 인지도와 지지층을 견고하게 다져왔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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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비슷했다. 윤 실장은 “지난 기간 민주당의 단일 주자로 장악력을 강화해왔고, 총선에서 성과도 냈다”며 민주당 밖 같은 진영의 지리멸렬함도 꼽았다. 그는 “역대 대선에서는 정의당 같은 진보계열 제3정당 후보가 표를 분산하곤 했지만 지금은 정의당도, 조국혁신당에서도 그럴만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호남의 선택을 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에서 ‘호남홀대론’에 휘말리면서 19대 대선에서도 호남 표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에게 일부 내줬는데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의 민주당 탈당 이후 당내는 물론 야권에서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경쟁세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 실장은 “민주당에서 호남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호남의 선택이 이 대표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그럼에도 불안한 이유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노풍, 반골 검사 윤석열의 부상 등 한국 정치, 특히 대선은 늘 드라마를 선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하는 ‘별의 순간’이다. 이미 대선 ‘재수’에 제1정당의 일인자인 이 대표로서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드라마를 연출할 공간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확장력에서도 의문부호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야권 내 독주 체제가 이 대표에게 기회와 위기를 같이 주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윤희웅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승리한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캐릭터가 뚜렷한 후보들이 경쟁하면서 사실상 후보단일화 효과를 얻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어려워 보인다”며 “지금 민주당은 170석이지만, 지난 총선을 거치며 사실상 ‘이재명당’이 됐다. 대중을 매료시킬 역동성도 부족하고, 확장성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반독재·반권위주의, 검찰개혁 등은 이미 앞선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활용했기 때문에 큰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며 “이 대표는 포용·통합을 기반으로 한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이 눈여겨본 지점은 또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지지율 박스권에 묶인 가운데, 야권 성향 지지층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1월 2주~2월 1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권교체 지지는 53%·48%·49%·50%, 민주당 지지율은 36%· 33%·36%·37%,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는 41%·36%·38%·37%였다. 반면 같은 조사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민주당 원톱인 이 대표는 31%·28%·28%· 32%에 그쳤다. 마땅한 야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우호적인 지지층을 모두 끌어들이지 못한 셈이다.

한국갤럽의 조사도 마찬가지다. 1월 4주 정기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은 50%, 민주당 지지율은 40%였지만, 차기 대선 후보로서 이 대표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그 외 민주당 후보로는 김동연 경기지사(1%)만 이름을 올렸다.

이는 탄핵-조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2017년 대선 상황과도 대비된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발표된 2017년 2월 1주 한국갤럽의 정기조사 중 차기대선 후보 지지율은 문 전 대통령 32%,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7%,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는 10%로 민주당 지지율(41%)을 넘어섰다.

조 실장은 “동원력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이 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야권의 정통 흐름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 민주화 운동의 서사도, 586 같은 운동권 계보를 끌어쓸 수 없다”며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지지층을 동원할 ‘서사’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철저하게 이익분배 정치를 추구한다. ‘기본소득’ ‘양곡법’ 등을 추진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외치는 일관성 없어 보이는 행보도 동원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이해찬·586 그룹과 연대했지만, 이 대표는 마땅한 연대세력을 구하지 않고 있다”며 “정권교체론이나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결국 지지층이 모두 따라오지 않는다는 건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 우클릭은 산토끼 잡는 특효약 될까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 대표 측은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꼬리표를 떼기 위해 ‘우클릭’을 통한 중도 확장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승리한 이후 ‘먹사니즘’을 내세워 금투세 폐지나 상속세 완화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정책 디베이트에 참여한 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폐지’로 결론을 내자 당내에선 “의도된 연출”이란 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클릭 자체에 대해선 “대선은 중도층 경쟁인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선 엇갈렸다. 윤희웅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기대만큼 효과를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회자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발언이 보여주듯, ‘말 바꾸기’에 대한 신뢰성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법의 52시간 특례 도입에 우호적이던 입장을 뒤집은 것도 마찬가지다. 서너 달 만에 ‘반대→찬성→반대’로 입장이 바뀐 것을 두고 최 소장은 “당내 반발도 있었지만, 금투세만큼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12·3 비상계엄 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에서는 한·미·일 동맹에 치우친 외교안보 노선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했다는 사유를 들었다. 여권에선 7일 “겉과 속이 다른 ‘씨 없는 수박’이 이재명 우클릭의 실체”(권성동 원내대표)라고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 지지율의 박스권 정체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윤 대표는 “이 대표가 직접 우클릭을 주도하기보다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처럼 ‘김종인’ 같은 인물을 끌어들여 ‘원팀’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여전한 사법리스크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숙제다. 이 대표 측은 4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이 대표는 이 조항에 걸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에선 일제히 ‘사법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이 이를 강행한 것은 공직선거법 2심을 얼마나 껄끄럽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심과 유사한 결과가 나오면 이 대표는 다음 대선은 물론이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2심 결과가 어떻든 이 대표는 조기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선반영’과 ‘만만찮은 후폭풍’으로 나뉘었다.

윤희웅 대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자 위기 요인”이라며 “대선후보 확정 후 컨벤션 효과로 이어가는데 제약이 된다. 선거법 위반 2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1심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3김’의 이 대표 견제 행보가 더 주목받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곤 실장은 “사법리스크는 이미 반영돼 있다. 물론 선거법 위반 2심이 결코 영향이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서 재판을 받겠다’고 명확히 대응하고 야권이 뭉친다면 되려 상승 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