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국면에서 러‧우의 최우선 관심사는 점령지 처리다. 러시아는 2022년 개전 이후 헤르손, 자포르자,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해 나갔다. 우크라이나 역시 반격 작전에 들어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장악한 상황이다.
일단 푸틴 입장에선 체면 때문에라도 자국 영토를 우크라이나에 내주고는 종전에 들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젤렌스키가 각자의 점령지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러시아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토 교환을 있을 수 없다”며 “(쿠르스쿠에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은 격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방에선 종전 협상 시 두 나라의 영토 교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종전 후 양측 간 안전보장 방안 역시 쟁점이다. 현재까진 유럽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미국의 안전보장 담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양자간 해결 사안인 영토 교환과 달리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해법을 도출하기 더욱 복잡한 안건”이란 풀이도 나온다.
젤렌스키는 “최소 20만명의 (유럽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미군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군비지출 규모를 볼 때 20만 병력을 파병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축이 돼야 할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논의가 성급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중국 '평화유지군' 파병 제안도 걸림돌
또 다른 걸림돌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다. 우크라이나는 시종일관 절실히 원하지만, 사실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가장 큰 배경이란 점에서 합의가 어려운 지점이다. 12일 양국 정상과 통화한 트럼프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지정학적 폭발력이 큰 사안인 만큼 나토 가입을 장기간 유예하거나, 유럽연합(EU)만 가입시키는 등 수위를 낮추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쉽사리 합의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는 다소 모호하게 ‘미국의 안전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의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현지 매체에 “미국과 안보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며 “최소한 미국이 이스라엘, 이집트와 맺은 협정과 비슷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선 “대만이 침략 당할 경우 미국의 군사지원을 제공하도록 한 대만 관계법과 유사한 양자 조약이어야한다”(볼로디미르 아리예프 국회의원)는 등의 주장도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의 큰 틀을 만들고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들러리를 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들어 “희토류 등 천연자원을 미국에 대가로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