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삼성이 그룹 전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주제로 교육하는 건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4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순차적으로 전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교육’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 계열사 국내외 임원(부사장·펠로우·상무·마스터 직급 포함) 2000여 명이다. 임원들은 각자 선택한 일정에 따라 하루 종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한다. 세미나에서는 삼성 임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조직관리 역량 강화, 다양한 분야의 최신 변화와 트렌드 이해, 리더의 중요성 인식과 실천 방안 등의 세션이 다뤄진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재, 외국인 임원도 모두 소집했다. 해외 주재 임원들은 6월에 예정된 글로벌 전략회의 일정에 맞춰 별도 일정으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이를 위해 해외 주재 임원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최근 삼성전자 안팎으로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사업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TV는 2023년 30.1%에서 2024년 28.3%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인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도 2022년 43.1%, 2023년 42.2%, 2024년 41.3%로 점점 줄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50.8%포인트에서 55.6%포인트로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4927억원에 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발목이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나왔지만, 검찰의 상고로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삼성전자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등기임원 복귀는 올해도 불발됐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에 돌입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비슷한 세미나를 진행하긴 했다”면서도 “최근 대내외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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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