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첫 형사재판 13분 만에 끝

 윤석열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20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20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형사 재판 법정에 출석했다.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 및 구속취소심문을 위해서다.

 
오전 10시 재판을 앞두고 오전 8시 55분쯤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법원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할 때와 같이 정장 차림에 매만진 머리로 법정에 나왔다. 지난달 구속 전 피의자신문 및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직접 나서 변론하던 것과 달리, 이날 윤 대통령은 재판 내내 공식 발언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종종 옆 자리에 앉은 송해은 변호사에게 뭔가를 속닥이거나, 재판부의 서류 제출 요청에 “그냥 드려”라고 말하는 등 변론에 계속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이 오늘 직접 발언하지 않은 건 변호인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쟁점이 절차적 요건이어서 특별히 말씀하실 게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檢 “주 2~3회, 병합 않고 집중심리해달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첫 준비기일은 13분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 측에선 아직 기록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추가로 준비기일을 열어달라고 했고, 다음달 24일 오전 10시 2차 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이후 바로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면 집중심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신속한 진행이 피고인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며 찬성 의견을 밝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 3~4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 1~2회 진행한 바 있는데 이 사건은 증인‧증거가 많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소 주 2~3회 집중심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 후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추가로 신청한 증거만 230건, 약 7만페이지에 달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검토 후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 측에 김용현‧조지호‧김봉식‧노상원 등 관련 피고인들 사건과 병합 여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검찰은 “전체 범행은 하나지만 가담 정도가 다 다르고, 피고인마다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입장이 다 다를 수 있어서 모두 병합할 경우 수시로 변론분리를 하며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신속하게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으로는 (각 사건을 따로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심리로 유연하게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서도 “검토 후 서면으로 의견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기록 검토를 하지 못해 추가 준비기일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며 “다음 준비기일 일주일 전에는 서면으로 의견을 모두 밝혀달라”고 못박았다.

 

尹측 “수사기관 불법구금 아니라 ‘법원의 불법구금’ 될 것”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후 연이어 진행된 구속취소심문은 57분이 걸렸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 기간을 넘긴 불법 구금이며 ▶공수처→검찰로 신병 인치 절차가 없었던 것도 불법이고 ▶공수처가 애초 체포 때부터 적법절차를 위반해 불법 체포했으며 ▶내란 혐의에 상당성이 없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 측 김홍일 변호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걸린 시간은 33시간 13분인데, 구속기간을 3일 연장한 건  38시간 47분 추가 구속되는 결과가 되어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하다”며 “엄밀하게 시간 단위 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1일만 제하면 길게 봐도 구속기간은 1월 25일 24시에 만료됐다고 봐야 하고, 이를 넘겨 1월 26일에 기소된 뒤부턴 명백한 불법 구금”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 검사는 수사권만 있는 사법경찰관의 지위”라며 “공수처에서 검찰로 수사 서류 등을 넘길 때 신병은 별도의 인치 절차가 없었으므로 검찰은 불구속기소한 것이고 기존의 공수처 구속영장도 만료되었으니 피고인은 즉시 석방돼야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혹시 상급심에서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엔,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문제가 ‘법원의 불법구금’ 문제로 확대될 것”이란 말도 했다.

 
김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는 입법 독재를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서였지,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상 의회제도를 파괴할 의도가 없었다”며 내란죄의 요건인 국헌문란의 의도도 부인했다. 그러면서 “헌재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내란죄를 소추사유에서 철회한 건,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온 국민에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따라서 결국 내란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미 공소제기가 됐고 증거‧증인 확보 및 탄핵심판에서의 증거조사도 상당 부분 이뤄져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구속 기간을 일로 계산하는 건 법리상 누적된 이론의 여지 없는 해석이며, 공범들이 이미 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관할 위반의 문제도 없다”며 “검사에 의한 사건 이관은 신병 인치 절차가 별도로 필요 없고, 더군다나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이감 절차도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공수처가 사법경찰이라는 전제에서 하는 주장인데 법률적 근거가 없고 전제 자체가 잘못된 주장” “헌재 탄핵심판에서의 논점은 형사재판 혐의 입증과 별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직무정지됐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지위로, 관련자들 대부분이 피고인이 임명했거나 하급자들이라 진술‧증언 인멸 염려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다만 구속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양측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 추가 의견서를 10일 이내에 내달라”며 “그 이후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