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수장, 트럼프 달래기 나서나…"자동차 관세 인하 준비"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연일 유럽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방미 중인 유럽연합(EU)의 무역 수장이 "자동차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에서 유럽이 '폭탄'을 맞기 전에 먼저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담에서 "EU는 미국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관세를 올릴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관세 전쟁은 양측에 손해이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장관 격으로 사실상 EU의 무역 방향을 총괄하는 자리다. 지난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이 미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자동차 관세가 10%라 미국의 2.5%보다 세율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이 '상호주의'를 위반했다며 고율의 관세 부과 방침을 수 차례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도 수입 픽업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럽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특정 참모나 기업을 겨냥한 보복 관세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양쪽의 기업과 노동자가 모두 피해를 본다"며 "미국과 건설적인 대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외교위원회의 마이다 루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트럼프는 승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에 열광한다"며 "유럽 관리들은 핵심 유럽 이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승리 이야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 온라인 무역 플랫폼인 IG의 악셀 루돌프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EU는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산 자동차 등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지금보다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AP=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AP=연합뉴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조만간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 관계자들을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루게 연구원은 "그리어는 경제적 민족주의자로, 농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유럽과의 무역 적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리어는 EU가 기술 및 수출 통제 등에서 중국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은 협력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관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정상들도 조만간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며 관세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내주 초 (백악관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