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태원 참사 때 숨진 학생에게 대학 측이 동기들의 졸업에 맞춰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20일 대전 목원대 채플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이태워 참사 희생자로 목원대 재학생이던 고(故) 박가영씨 부모가 명예졸업장을 받고 있다. [사진 목원대]
대전 목원대는 20일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고(故) 박가영씨의 명예졸업장을 모친에게 전달했다. 박씨의 가족은 졸업식장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영정사진을 들지는 않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목원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중학교 시설 우연히 TV를 통해 목원대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의 패션쇼를 본 뒤 전공을 선택했다고 한다. 박씨는 재학 시절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옷으로 전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원대 섬유·패션 전공…아르바이트로 유학 준비
대학 측에 따르면 박씨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학원에서 매일 9시간씩 실기수업을 받는 노력 끝에 2011년 목원대에 입학했다. 입학 후에는 패션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에서 패션 관련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 때마다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학비를 모았다. 참사 당일에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와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박씨는 재학 중 캐나다 소재 대학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도 지원했지만 결국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일 대전 목원대 채플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이태워 참사 희생자로 목원대 재학생이던 고(故) 박가영씨 부모가 딸의 명예졸업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목원대]
딸의 명예졸업장을 받은 최미선씨는 “(우리) 딸이 직접 참석했어야 하는 졸업식에 엄마만 오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가영이가 사랑했던 학교와 친구들이 딸을 기억해주고 함께 졸업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학 총장 "박가영씨의 빛나는 열정 기억하자"
목원대 이희학 총장은 “박가영씨는 패션으로 세상을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고자 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우리의 가족이었다”며 “우리가 모두 그의 빛나는 열정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목원대 학위 수여식에서는 박사 90명과 석사 157명, 학사 1388명에게 학위가 수여됐다. 건학 71주년을 맞은 목원대는 그동안 6만448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