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략기획특별위원회 2차 세미나에서 '공당의 책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거나 인용됐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A’, ‘플랜B’를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탄핵이 기각됐을 때 국민이 환호할 거라고 생각 안 합니다. 인용됐을 때 두 달 만에 국민의힘 이미지를 바꾸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20일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미나에서 이처럼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대비할 수 있게 ‘플랜A’(탄핵 기각시 대응)와 ‘플랜B’(탄핵 인용시 대응)를 만들라고 조언한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신 교수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의힘은 계엄은 잘못됐지만 반대한다는 스탠스인데, 만약 정말 탄핵 기각이 현실화됐을 때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에게 탄핵 기각은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이 복귀한다는 뜻”이라며 “어떻게 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발언하는 동안 권 원내대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자리를 지켰다.
신 교수는 “여러분이 탄핵 반대를 주장했는데도 (탄핵이) 인용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도 물었다. “정당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며 “(만일 인용되면 조기 대선까지) 두 달간 국민의힘 이미지를 단시간에 바꿀 수 있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도층·2030 어떻게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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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략기획특별위원회 2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도층 외연 확장’과 ‘2030세대 지지 확보’가 핵심 화두였다. 신 교수는 “침묵하는 중도층이 굉장히 많은데 그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다당제가 아닌 양당제 국가에선 중도층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은석 국민의힘 광주 동구·남구을 당협위원장도 “개혁신당과 원외 정당까지 뭉쳤던 이전 대선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며 “중도를 포용하되 보수 우파 정책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중간중간 메모하며 발표자의 발언을 경청했다.
2030 세대와 관련, 조정훈 전략기획위원장은 “계엄 후 2030이 자발적으로 입당하고 있다”며 “이분들과 계속 함께 가려면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청년의 언어로 말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을 홍보국에 배치하고, 청년 인턴을 늘리면 좋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2030 세대의 보수화 원인으로 “문재인 정권 시절에 반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계엄에 충격을 받은 청년층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건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