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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비자가 냉동과일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과일(HS코드 0811) 수입량은 역대 최대치인 7만9436t으로 전년보다 25%가량 증가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70% 넘게 불었다.
냉동 과일 수입량은 2020년부터 가파르게 불어났다. 생과일에 비해 싼 가격이 부각돼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는 수입 냉동 딸기 가격은 국산 신선 딸기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료인 신선 과일을 수확량이 많은 제철에 대량으로 매입하는 덕분에 매입가를 낮출 수 있고, 이후 냉동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냉동 기술 발달에 따라 갈수록 신선 상품과의 품질 차이를 좁히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또한 신선 과일 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눈길을 냉동 과일로 돌리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생과일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부터 3.8%→11.3%→6.2%→9.6%→16.9%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신선 과일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 배경에는 이상 기후 가운데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의 작황 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물류 비용 증가 등이 자리한다. 서울 강남구의 회사원 김수연(41)씨는 “예전에는 과일을 살 때 식감이 떨어지는 냉동 상품을 가급적 안 샀는데, 앞으로는 구매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냉동 과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도 있다. 경기 용인시의 1인 가구주인 김슬아(38)씨는 “혼자 살면 신선 과일을 샀다가 다 먹지 못 한 상태에서 썩어 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냉동 과일을 구매하면 냉동고에 오래 두고 조금씩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먹기 좋게 가공돼 있다는 점도 김씨가 냉동 과일을 사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냉동 과일뿐만 아니라 냉동 채소(대파·시금치·무 등) 소비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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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냉동 치킨 바람도 분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냉동 치킨 시장 규모는 약 1641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빠르게 올라 그 대신 냉동 치킨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주요 3사 상품을 기준으로 1마리당 3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배달 비용 증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급증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냉동 피자 시장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9년 900억원에서 2023년 1685억원으로 2배가량이 됐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 전반에서 냉동 상품 시장 규모와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고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7억7000만 달러(447조원가량) 수준에서 올해 3250억9000만 달러, 2023년 4573억 4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냉동 식품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냉동 식품은 해동되고 나면 얼릴 때 손상됐던 조직에서 수분이 흘러나와 미생물 번식이 용이해져 신선 식품과 비교해 더 빨리 상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한다. 또한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는 걸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