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년 만에 '한한령' 푸나 "교육·문화 개방 확대"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건물 외벽에 흥행 애니메이션 나타2의 주인공을 비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건물 외벽에 흥행 애니메이션 나타2의 주인공을 비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중국 정부(국무원)가 "연내에 교육 및 문화 영역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2017년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문화산업의 진출을 막아왔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해제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링지(凌激)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담판 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신·의료·교육 등의 분야에서의 개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2025년 외국인 투자 안정 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을 시행한다”며 “모든 조치는 올해 말까지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20일 링지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담판 부대표가 외국인 투자 안정과 대외 개방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20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20일 링지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담판 부대표가 외국인 투자 안정과 대외 개방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20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월 외국인 투자액이 979.5억 위안(약 1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다고 19일 발표했다. 신규 외자 기업 숫자도 4229개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지난해 외자 규모도 8262억5000만 위안(약 164조원)으로 전년 대비 27.1% 줄면서 외국기업의 탈(脫)중국 추세가 확연해진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외자 탈출 수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10일 심의 의결한 ‘행동계획’의 전문(20개 조항)을 19일 공개했다. 여기에 문화산업 개방 기조가 담기면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중이 올해와 내년 순차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도 한한령을 거둘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물밑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며 한한령 해제 분위기를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일 하얼빈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인문 교류를 증진해 국민 간 우호감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중국 측 발언을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문화산업계 인사는 “지난 7일 회견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중국은 ‘인문 교류’, 한국은 ‘문화 개방’으로 차이가 있었다”며 “‘행동계획’의 시행 세칙이 나오기 전까진 예단하지 않고 지난 8년간 변화한 중국 문화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한령 같은 '정치적인 무역장벽'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이른바 한한령 해제는 영화 한 편의 상영 허가, 가수 한 명의 공연 허가와 같이 지난 8년 넘게 '살라미 전술'로 중국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한국의 부정적인 대중국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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