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등교육 재정지원 전략과 사립대학 구조개선'이란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토론 주최자인 김대식 의원(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권의 A대학은 지난해 교육부의 사립대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돼 올해 국가장학금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10년 넘게 '경영부실' 판정을 받은 이 대학은 교직원 임금도 74억원 가량 체불했다. 참다못한 교수들이 2022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재단은 소유 건물을 팔아 체불 임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금액이 맞지 않아 거래도 불발됐다.
A대학 같은 부실 대학의 폐교·해산을 강제할 법적 근거 마련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교육부가 재정 부실 대학에 대해 경영진단을 거쳐 학생모집정지‧폐교‧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15년만의 법안소위 통과…“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

부실대학을 걸러낼 '대학구조개혁 위원회'의 첫 회의가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과부 대회의실에서 열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실 대학을 퇴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후 국회에서 네 차례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산장려금' 등 법안 내 폐교 유도 방안이 "비리 사학에게 퇴로를 제공한다"는 반대가 거셌다. 해산장려금은 청산 이후 남은 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돌려주는 돈이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학구조개혁’ 사업 등 부실 대학을 진단하고 이들 학교의 폐교를 유도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정책목적 달성엔 실패했다.

김지윤 기자
교육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면서 어떻게라도 부실 사학이 제 발로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결과”라고 했다. 대학 입학자원인 만 18세 인구는 2015년 66만명에서 지난해 43만명으로 30% 가량 급감했으나 같은 기간 대학 입학 정원은 75만명에서 68만명으로 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해산정리금 먹튀” vs “폐교 유인책”
교육부는 법안소위 통과에 “폐교·해산시 학내 구성원들이 겪는 부작용과 상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발을 뗀 것”이라며 “연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립대재정진단을 통해 경영위기 대학을 선정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학 재정진단 결과, 280개 대학 중 14곳이 경영위기 대학으로 평가됐다. 일반대 중에서는 ▶경주대 ▶극동대 ▶대구예술대 ▶대전신학대 ▶제주국제대 ▶한일장신대 등 6곳, 전문대는 ▶나주대 ▶광양보건대 ▶국제대 ▶김포대 ▶동강대 ▶부산예술대 ▶여주대 ▶웅지세무대 등 8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