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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배 13국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 리쉬안하오 9단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20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3국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신진서(25) 9단이 중국의 네 번째 주자 리쉬안하오(30) 9단을 상대로 168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이로써 제26회 농심배의 주인은 21일 신진서 대 딩하오의 주장전 결과로 가려지게 됐다.
초반 우하귀에서 복잡한 변화가 일어났다. 리쉬안하오에겐 어려운 변화였는지 몰라도 신진서에겐 아니었다. 신진서는 정확한 수순을 밟아 우하귀에서 천지대패(天地大覇)를 만들었다. 초반에는 팻감이 없는 법. 이런 경우엔 만패불청(萬覇不聽)만이 답이다.
아니나 다를까. 리쉬안하오가 좌상귀 백을 돌파하는 팻감을 쓰니까 신진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패를 해소했다. 사실 이 패싸움에서 승부가 났다. 이 시점 AI 승률그래프는 백 70% 우세를 판정했으나, 신진서는 기세가 한껏 올랐고 리쉬안하오는 기세가 확 꺾였다.
전날 한국의 박정환 9단을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둔 리쉬안하오는 이날도 역전극을 도모했다. 도무지 빈틈이 없어 보이는 좌하귀 백진을 깨러 들어갔다. 그러나 신진서는 신진서였다. 전날 박정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신진서는 좌하귀에서 흘러나온 흑 대마와 하변 흑 대마를 동시에 몰아쳤다. 양곤마에 몰린 리쉬안하오는 동분서주했다. 겨우 좌하귀를 살리고 보니 하변 흑 대마가 궁지에 몰렸다. 한참을 괴로워하던 리쉬안하오는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불쑥 항복을 선언했다. 대국을 시작한 지 2시간밖에 안 된 시각이었다. 리쉬안하오는 1시간 제한시간을 다 쓰고 1분 초읽기로 연명 중이었으나, 신진서에겐 아직도 8분33초가 남아 있었다.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예상대로 진행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포석이 나왔다는 얘기고, 포석 이후 진행도 미리 연구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농심배 17연승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2021년 22회 대회부터 지난해 25회 대회까지 농심배가 네 번 치러지는 동안 신진서는 한 번도 안 졌다. 지난 4년간 신진서가 다 이겨주는 바람에 한국은 농심배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신진서가 농심배의 수호신, 농심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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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농심배 13국에서 대국 중인 신진서 9단(왼쪽)과 중국 리쉬안하오 9단.
신진서가 21일 딩하오마저 물리치면, 농심배 18연승과 함께 한국의 농심배 5연패의 대기록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 농심배는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다. 우승 상금은 5억원.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