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노릇에 의전"…'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공무원

지난해 11월5일 오전 경북 영주시청 앞 주차장에서 영주시 공무원 6급 팀장 A씨의 장례식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5일 오전 경북 영주시청 앞 주차장에서 영주시 공무원 6급 팀장 A씨의 장례식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숨진 경북 영주시 공무원 6급 팀장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영주시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영주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주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이하 조사위)는 지난 14일 영주시에 제출한 조사위 보고서에서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A씨를 평소 (A씨 업무가 아닌) 행사에 대신 참석하도록 해 A씨는 본인 업무를 하기 위해 더욱 자주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해야 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A씨는 개인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했고 요일을 특정해 점심시간에 일명 ‘간부 모시기’라는 의전을 요구해 직장 내 수평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고 했다.

A씨와 같은 부서에 근무한 직장 동료는 조사위에 “A씨는 ‘2024년 민원 서비스 종합평가 데이터’를 부풀리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A씨가 이를 ‘못 하겠다’고 거부해 마찰을 빚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데이터 부풀리기 지시 사건 이후 팀장인 A씨는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단순한 일회성 갈등이 아닌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의 일부로 파악됐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언급된 인사는 조사위에서 “A씨를 배제하거나 보복성 인사를 한 적이 없다”며 “민원 데이터를 수정하라는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영주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련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상식 의원은 “전국 자치단체의 역량을 끌어올리고자 시행한 민원 평가가 부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북도와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감사원 차원의 고강도 감사를 촉구한다”며 “이러한 부정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1월2일 영주시 문수면 한 도로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휴대전화에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서 형태의 글을 남겼다. A씨 유족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