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판 도가니' 그곳 900억 쏟는다…장애인 돕는 타운 탈바꿈

지난해 4월 1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옛 전주자림원 터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최병관 도 행정부지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지난해 4월 1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옛 전주자림원 터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최병관 도 행정부지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2027년 ‘장애인 복합커뮤니티 타운’ 조성 

복지재단 간부 2명이 여성 장애인들을 성폭행한 이른바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2015년 문을 닫은 전북 전주자림원 터에 장애인 고용·복지·교육을 돕는 시설을 총망라한 마을(타운)이 생긴다. 자림원 내 자림학교(특수학교) 폐교로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장애인 중·고등학생들이 집 근처에서 통학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일 “지난달 옛 자림복지재단 청산을 공식적으로 마쳤다”며 “전북교육청·전주시·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해당 부지 7만㎡(2만1000평)에 국비·지방비 등 약 9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장애인 복합커뮤니티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에 자리한 옛 자림복지재단(자림원)은 지적장애인 170여명을 보호하던 전북 최대 복지법인이었다. 그러나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2015년 12월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서 공중분해 됐다.

옛 전주자림복지재단 부지 활용 계획.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옛 전주자림복지재단 부지 활용 계획.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재단 간부 2명, 수년간 여성 장애인 성폭행

자림원 전 원장과 전 국장이 2009년부터 수년간 시설 내 여성 장애인 4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각각 징역 13년과 10년을 선고받아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건이다. 2012년 7월 내부 직원들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사건이 불거지자 전북도는 자림복지재단 대표·이사 등 총 10명을 해임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법적 분쟁·소송을 거쳐 2018년부터 청산 절차를 밟았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번 청산 완료는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자림원 터에서 문을 연 장애인종합지원센터가 첫 물꼬를 텄다. 전북도가 67억원을 들여 만든 장애인 자립 지원 시설이다. 현재까지 장애인 1005명이 운동 재활과 인지·심리 안정, 의사소통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고용촉진재활기금 291억원을 활용해 장애인과 고용주를 위한 전문 교육·연수 공간을 갖춘 장애인고용교육연수원을 만들 예정이다. 2027년 개원이 목표다.


장애인 중·고등학생을 위한 직업 교육 특수학교도 들어선다. 전북교육청은 380억원을 들여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장애인 직업 중점 특수학교(가칭 ‘전주보름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학생 수 132명, 18학급 규모로 ▶휴먼서비스학과 ▶외식서비스학과 ▶농생명산업학과 등 3개 학과를 운영한다. 사업비는 380억원이고, 올해 상반기 착공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2019년 7월 10일 옛 자림학교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를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적응 훈련과 고용을 연계한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2019년 7월 10일 옛 자림학교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를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적응 훈련과 고용을 연계한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직업 교육 특수학교도 개교 

앞서 덕진구 유일한 특수학교였던 자림학교가 폐교되면서 당시 초·중·고교 재학생 100여명은 전주 완산구나 완주군으로 학교를 옮겼다. 현재까지 덕진구엔 중등 과정 특수학교가 없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전주엔 현재(지난해 4월 기준) 특수학교 4곳에 472명이 다닌다. 이 중 전주선화학교·전주은화학교(이상 공립)·동암차돌학교(사립) 등 3곳이 완산구에 있다. 전주유화학교는 덕진구에 있지만, 영·유아 과정 공립 특수학교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장애 학생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덕진구에 중등 과정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해 왔다. 전북교육청 유초등특수교육과 전재원 장학사는 “옛 자림원 일대에 장애인 자립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벨트가 형성되기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현장 실무형 직업 훈련과 졸업 후 취업률을 높이는 데 최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주시가 추진하는 장애인일자리종합타운도 2027년 개원할 예정이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과 기업 연계를 위한 시설로, 시비 157억원이 투입된다. 전북도는 복합커뮤니티 타운 기반 조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0억원을 들여 진입 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양수미 전북도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은 “이번 사업은 장애인의 자립·고용·교육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크다”며 “과거의 아픔을 딛고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