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붕괴, 3년 8개월 만에 책임자 3명 감형

2021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시내버스가 매몰돼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시내버스가 매몰돼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참사 주요 책임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사고 발생 3년 8개월 만에, 항소심 시작 2년 2개월 만의 결과다.

책임자 중 2명만 실형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정훈)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학동 참사 책임자 3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최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붕괴 당시 굴착기를 운전한 재하도급 백솔건설의 대표 조모(51)씨를 징역 3년 6개월에서 징역 2년 6개월로,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32)씨는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2년으로 각각 감형했다. 백솔건설 감리사 차모(63·여)씨는 원심 징역 1년 6개월은 유지하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조씨와 강씨는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다.

현산 관계자 등 4명·법인 3곳 ‘원심 유지’

'학동 참사' 1주기를 맞은 2022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사고 현장 앞으로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탑승했던 운림 54번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학동 참사' 1주기를 맞은 2022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사고 현장 앞으로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탑승했던 운림 54번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관계자 등 4명과 법인에 대해서는 피고·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청인 현산 현장소장 서모(61)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500만원이, 안전부장 김모(61)씨와 공무부장 노모(57)씨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나머지 1명은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의 현장소장 김모(53)씨로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유지됐다. 법인 3곳에 대해서는 현산 벌금 2000만원, 한솔과 백솔 각각 벌금 3000만원 등 원심판결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층부터 건물을 해체하기로 한 계획을 지키지 않은 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성 검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버스 승강장을 이전하지 않은 점 등을 사고 원인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체 계획서 작성과 허가, 해체 감리 지정 등을 담은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는데도 안전한 길보다 빠른 길을 선택한 결과 이러한 사고가 났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거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생존자들, 극심한 트라우마 호소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붕괴 참사 당시 사고 당한 시내버스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각화정수장 컨테이너 내에 보관돼 있다. 사진 독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붕괴 참사 당시 사고 당한 시내버스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각화정수장 컨테이너 내에 보관돼 있다. 사진 독자

학동 참사는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져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생존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 당시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 운전대를 잡지 못해 직장을 잃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당시 얼굴이나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승객들은 여전히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 일부 승객은 버스를 타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생긴 탓에 치료 지원을 받으러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산, 추모사업 추진해야”

지난해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앞에서 광주 학동4구역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앞에서 광주 학동4구역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유족들은 재난참사피해자 연대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 역시 현산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재확인해 줬다”고 했다. 유족들은 “현산은 깊은 반성과 함께 제대로 된 건설기업 문화를 정립하는 등 새 출발의 각오를 촉구한다”며 희생자 추모사업 추진 및 유족·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한편 현산은 사고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서울시로부터 8개월의 영업정지에 이어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과실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가로 받았다. 이후 하수급인 관련 처분은 4억623만여원의 과징금으로 변경됐고, 부실시공 관련 처분과 관련해서는 현산측 문제 제기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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