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다는데 왜 막나"…사직 전공의 '분산 입영' 논란 뭐길래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입영 시기를 연기하는 국방부 훈령 개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주최한 사직 전공의 송하윤씨가 발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입영 시기를 연기하는 국방부 훈령 개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주최한 사직 전공의 송하윤씨가 발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입대연기 중단하라” “평등권을 보장하라”  

정부의 훈령 개정에 따라 입영 시기가 불투명해진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신들을 최대 4년 동안 나눠 입영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에 항의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사직 전공의 송하윤씨는 “몇십 년 동안 ‘군대 강제 명령’을 내려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군대 금지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정부가 미필 사직 전공의 입대를 불법적으로 막으려 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 및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3300여명의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들이 올해부터 4년간 순차적으로 입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매년 의무사관후보생 중 600~700명을 의무장교(군의관)로 선발하고, 남는 인원을 보충역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편입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해왔다. 올해는 군의관 700여명, 공보의 250명을 오는 27일 선발 예정이다. 올해 선발 인원은 총 1000여명이지만, 지난해 집단사직 여파로 병역 미필 전공의는 군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330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방부는 군의관을 선발하고 남는 초과인원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훈령 개정안을 지난달 10일 행정예고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자 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의료계 요구대로 사직 전공의 전체를 올해 입영시킬 경우, 내년부터 입영할 군의관이 없어 의료인력 수급과 군 의료체계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군의관·공보의가 아닌 병사 복무를 선택하게 해달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도 “한번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되면 병사로 복무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입영 시기를 연기하는 국방부 훈령 개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남수현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입영 시기를 연기하는 국방부 훈령 개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남수현 기자

 
전공의들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훈령 개정으로 개인 권리가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올해 입영할 것을 예상하며 사직했는데, 4년간 기약 없이 입영대기 상태로 지내며 취업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연욱씨(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는 지난해 6월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2025년에 입영하게 될 예정’이라고 적힌 공문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공식 문서이기 때문에 이를 신뢰했고 그에 맞춰 인생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직장과 올해 3월까지로 계약서를 썼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사업도 훈련소 입소 전까지로 정리했는데, 병무청은 최근 올해 입영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입영이 불과 한달 남은 시점에서 날치기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개정 예정인 훈령을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하윤씨는 “(기존의)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의무장교 (선발 후) 초과 인원이 발생하면 입영 대기자가 아니라, 공보의 등 보충역으로 배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지금까지 의무사관후보생 서약서에 서명한 전공의들은 개정 전 훈령이 유효할 때 서명했다. 정부가 개정된 훈령을 적용하려 한다면 새로운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평등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를 상대로 법정 공방도 예고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에서 현역병 입대가 불가능한 유일한 직군이 전공의”라며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군의관으로도, 공보의로도, 현역병으로도 보내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법정에서 봅시다”라고 적었다.

전공의들을 대리해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인 강명훈 변호사(법무법인 하정)는 “의무사관후보생은 장교 신분 포기 및 일반병 입대가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직군”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병역 의무 형태뿐 아니라, 시기 선택권마저 박탈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되는 경우 실제 권익의 침해가 일어나므로 즉시 소송을 할 수 있다. 행정소송과 권리구제 헌법소원 청구를 모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