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마지막 생태 피난처 위협"…과학자들의 경고

수라 갯벌 위를 날고 있는 도요새 무리의 모습. 오동필씨 제

수라 갯벌 위를 날고 있는 도요새 무리의 모습. 오동필씨 제

국제적인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새만금신공항 건설이 조류 충돌 위험을 증가시키고, 갯벌 생태계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실렸다.

21일(현지시각) 사이언스에 게재된 서신(Letter) ‘한국의 갯벌을 위태롭게 하는 공항 계획’에 따르면, 저자들은 “만경강 하구의 갯벌인 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안 간척 사업에서 살아남은 곳 중 하나로 공항 건설 계획이 이 중요한 피난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2025년에서 2029년 사이로 계획된 이 공항이 완공되면 수라 갯벌의 생물 다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철저하고 독립적인 타당성 및 환경 영향 검토가 될 때까지 공항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신에는 박태진 베이 지역 환경연구소 연구원과 최영래 미 플로리다국제대학교 부교수, 조류학자인 나일 무어스 박사 등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새만금 마지막 생태 피난처…철새 이주 문제”

수라 갯벌이 위치한 새만금 지역은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한 중간 기착지로 매년 최소 33만 마리의 도요새·물떼새가 찾아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계속된 간척 사업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생물 다양성을 위협받고 있다.

서신을 쓴 이들은 수라 갯벌이 59종의 국가 법정 보호종과 27종의 국제적 멸종위기종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높은 생태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2021년에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수라 갯벌은 이 지역으로부터 불과 7㎞가량 떨어져 있다.


주저자인 박태진 연구원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수라는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생태적 피난처”라며 “공항이 건설되면 단순히 한국의 갯벌 생태계만 파괴될 뿐 아니라 시베리아에서 호주로 이주하는 철새 생태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 위험 높아 “갯벌 지키는 게 합리적”

수라 갯벌 상공에서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충돌하기 직전의 모습. 오동필씨 제공

수라 갯벌 상공에서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충돌하기 직전의 모습. 오동필씨 제공

연구자들은 특히, 철새 서식지인 수라 갯벌에 신공항이 지어질 경우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공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초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이 지목되면서 조류 서식지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환경단체들도 “정부 공식 보고서에도 새만금신공항이 19년~84년마다 한 번꼴로 치명적인 조류 충돌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최영래 교수는 “예정지에서 불과 1.3㎞ 떨어진 군산공항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스럽다”며 “수라 갯벌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야말로 전북 발전에 가장 합리적이며 회복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