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트럼프 진짜 대장주? 돌반지 팔까, 더 쟁일까

고점론 나온 금값,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경제+
금값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1년간 46.1% 치솟아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23.3%)을 웃돌았다. 최근 다소 조정도 받지만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이하 온스)당 2956.10달러(20일 선물 기준)를 찍었고, 한 돈(3.75g)짜리 돌반지 가격도 60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금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이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에 투자)의 대장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제 고민은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 하나, 금붙이를 꺼내 팔아야 하나’다. 전문가 의견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투자 땐 어떤 방식이 좋을지 따져봤다.
◆혼돈의 시대, 역시 믿을 건 금인가=금은 ‘직업이 안전자산’이라 불릴 만큼 불안을 먹고 자란다. 전쟁이 나거나 금융위기가 터지면 어김없이 몸값이 오른다. 희소성과 불변성이 있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돼서다. 치솟는 물가에 종잇조각이 될 일도 없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 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금이 ‘진짜 화폐’라고 역설했다. 최근 금값 상승도 이런 속성이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도 자극한다. 금값을 밀어올리는 데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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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지금이 상투냐, 아니냐다. 대체로 ‘사도 된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JP모간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올해 금값이 온스당 3100~3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대개 인플레이션이나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을 매입한다. 애드리언데이자산운용의 애드리언 데이(Adrian Day) 회장은 “금값이 1년 안에 온스당 3500~4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무이자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금 투자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금값 고점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에도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에 영국 런던에 보관하던 금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값에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며 “관세를 딜(거래)로 활용하는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프리미엄이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절세엔 KRX 금, 간편 투자는 금 ETF=‘그래도 불안할 땐 금’이라고 본다면 남은 문제는 ‘어떤 투자법을 택할까’다.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① 금은방이나 은행에서 실물 골드바를 사는 것이다. 금값이 올라도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골드바를 살 때 부가가치세(10%)와 거래 수수료(5%)를 내야 한다. 투자 수익률로 따지면 사자마자 15% 손실을 보는 구조라 단기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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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은행에서 가입하는 금 통장(골드뱅킹)이다. 금 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금을 구매해 계좌에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금을 사고팔 때 수수료가 1%씩 붙고, 금을 팔아 현금으로 돌려받을 경우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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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을 통한 거래다. 증권사에서 금 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처럼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금액의 0.3% 내외이고, 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매매차익에 세금도 붙지 않는다. ④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가장 편리하다. 다만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고, 금값을 100% 추종하지 못할 수 있다.

◆지난 1년, 금 투자 수익률 1위는=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이들 네 가지 투자법의 지난 1년간(지난 14일 기준) 수익률을 따져본 결과, KRX 금시장을 통한 투자가 89.9%로 가장 높았다. 매매차익에서 세금과 수수료를 뗀 수치로, 골드뱅킹(44.8%)과 골드바(40.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유가 뭘까. KRX 금시장은 국제 금 시세에 달러당 원화가치(환율)를 반영해 금값을 산출한다. 달러가 쌀 때 금을 샀는데, 최근 달러 강세로 환차익이 늘어 다른 투자 방식보다 수익이 커진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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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는 상품별로 수익률 편차가 컸다. 국내 ETF인 ‘ACE KRX금현물’이 76.1%를 기록해 ‘KODEX 골드선물(H)’(35.7%)이나 미국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55.2%)를 앞질렀다. ‘ACE KRX금현물’은 KRX 금시장 같이 환율 변동 영향을 받는 환노출형 상품이다. 금값 상승분에 환차익이 더해졌다. 이에 반해 ‘KODEX 골드선물(H)’ 등은 환율이 바뀌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 ETF다.

기초자산의 성격도 수익률 차이를 만들었다. 금 ETF는 현물과 선물(先物) 기반으로 나뉜다. 선물 ETF는 기초자산을 계속 롤오버(만기가 다가온 보유 선물을 팔고 다음번 선물로 갈아타는 것)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들어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국내 금 현물 ETF는 ‘ACE KRX 금현물’뿐이다. ‘ACE KRX 금현물’이 같은 금 현물 ETF인 미국 ‘SPDR 골드트러스트(티커GLD)’보다 수익률이 높은 건 왜일까.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국내 금값이 수요 급증으로 해외 시세보다 급격히 뛴 게 한몫했다”고 말했다.

◆해외보다 20% 비싼 국내 금값 ‘주의’=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절세가 중요하면 KRX 금 투자를, 거래 편의성을 원하면 금 ETF를 추천한다”며 “장기 투자자는 골드바 매입도 괜찮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계좌에 금을 담고 싶으면 국내 금 현물 ETF를 활용해야 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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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KRX 금시장과 국내 금 현물 ETF 모두 괴리가 벌어질 수 있는 건 위험 요소다. 예를 들어 지난 14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금 99.99)의 1g당 종가는 16만3530원으로, 국제 시세(13만6130원)보다 20.1% 비쌌다. 국내 금값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거다. 그 여파로 KRX 금시장 가격을 따르는 ‘ACE KRX 금현물’도 괴리율(가격 차)이 높아졌다. 지난 13일 기준 1.49% 수준이다.

ETF의 괴리율은 ETF가 담고 있는 기준가격(순자산가치)과 시장가격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괴리율이 플러스인 경우 ETF의 시장가격이 과대 평가됐다는 뜻이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ETF가 양(+)의 괴리율을 보일 때 비싸게 샀다가 괴리율이 축소된 시점에 싸게 파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괴리율 정상화 과정을 고려하면 KRX 금 현물보다 국제 금 현물이나 금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사는 게 좋다”고 했다.

환율 전망도 신경 써야 한다. 황병진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초반, 또는 1300원대로 내려간다(원화가치 상승)고 보는 투자자는 환헤지 된 ETF를 골라야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