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기민·기사당 1위…보수정권 3년 만에 재출범 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과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 공영 ARD방송이 이날 오후 6시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CDU·CSU 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29.0%로 AfD(19.5%), SPD(16.0%)보다 높았다. 녹색당은 13.5%, 좌파당은 8.5%로 집계됐으며,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은 4.9%, 포퓰리즘 성향의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은 4.7%로, 두 정당 모두 원내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일 선거법상 정당투표에서 5% 이상 득표하거나 299개 지역구에서 최소 3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해야 의석을 배정받는다.

제2 공영 ZDF방송의 출구조사에서도 CDU·CSU 연합은 28.5%, AfD 20.0%, SPD 16.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ARD방송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체 630석 중 CDU·CSU 연합이 210석을 차지하고 AfD는 145석, SPD 118석, 녹색당 94석, 좌파당 62석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했다. FDP와 BSW가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 다른 정당들의 의석 수는 조정될 전망이다.

독일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 AP=연합뉴스

독일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 AP=연합뉴스

CDU·CSU 연합은 최종 의석 배분이 확정되는 대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내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연정 협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CDU·CSU 연합은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붕괴된 지난해 11월 이후 30%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해왔다. 이번 총선 결과 CDU·CSU 연합이 주도하는 연정이 성사되면, 2021년 12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퇴임 이후 3년여 만에 독일에 보수 성향의 정권이 다시 들어서게 된다.

재선을 노렸던 숄츠 총리는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AfD는 2021년 총선 당시 득표율(10.4%)의 두 배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역사적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주요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연정 등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