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암참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동 IFC(국제금융센터) 암참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대미 투자보다, 한국의 무역 흑자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 미국의 소통을 돕겠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국기를 병풍처럼 두르고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GM 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암참 회장을 맡은 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시 장관 지명자였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을 만나고 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TV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VIP가 아닌 ‘보통 사람’의 트럼프를 향한 열기가 실감 났다고나 할까. 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데도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열성 지지자들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과 기대가 대단했다. 주한미국기업도 트럼프 당선이 ‘힘이 된다’는 측면에선 비슷하다.”
사전에 국내 인사들과 논의했는지.
“‘탄핵 정국’ 상황을 고려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이재명·박찬대 의원 등과 미국에 전할 메시지를 사전에 조율했다. ‘한국이 미국과 굉장히 중요한 관계란 점을 강조해달라’는 데 정부는 물론 여·야에도 이견이 없었다.”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집행자’다. 어떤 얘기를 나눴나.
“러트닉과는 이번이 네 번째 만남이다. 나는 나대로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안정적·개방적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바빴다. 정치는 정치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식으로.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의 탄핵 상황에 관해선 관심도, 언급도 없었다.”
그럼 한국의 무엇에 관심을 보이던가.
“‘한국이 대미 투자 1위 국가’라고 말한 순간, 러트닉의 얼굴이 확 굳었다. 그는 심각한(serious) 표정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수치를 언급하며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는 나라다. 흑자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는 투자고, 무역 흑자는 별개라는 신념이 확실해 보였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게다가 ‘주한미국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의 강점과 매력도 주장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시대에 그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암참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글로벌 기업의 한국 유치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에 아시아 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은 100개 미만인데, 싱가포르는 5000개, 홍콩 1400개, 상하이 900개에 달한다”며 “미국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한국에 두면 한미 양국에 서로 좋은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메신저’ 역할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상반기 ‘암참 도어녹(Doorknock)’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한국 대기업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백악관과 상무부 주요 인사, 상·하원 의원을 만나 산업 파트너십을 협의하겠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K-도어녹’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집행위원을 맡은 만큼 “미국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진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겠다”라고도 했다.
제임스 김
1960년생, 한국계 미국인. UCLA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AT&T 마케팅 총괄을 거쳐 2005년 오버추어코리아 대표를 맡으며 한국과 인연을 시작했다. 이후 야후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GM 사장 등을 거쳤다. 2014년부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다. 한국어에도 능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