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1일 부인 이설주, 딸 주에와 함께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국가정보원은 24일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현재까지 이설주의 신상에 별다른 이상징후는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설주의 마지막 공개활동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월 1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딸 주애와 함께 관람한 것이다. 국정원 정보 분석대로라면 불가피한 이유로 못 나오는 게 아니라 북한 당국이 일부러 '이설주 숨기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 해당 사안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이설주가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공개활동을 중단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주애 밑에는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설주가 주애 말고도 또 다른 4대 세습 후보군인 아들을 이미 낳은 데다 김정은 스스로도 자신의 어머니가 정실부인이 아니라는 점에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설주의 위상을 흔들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이설주를 각종 정상회담 등 공개활동에 동반하고, 관영 매체를 통해 딸 주애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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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1일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붉은 카펫을 따라 신년 경축 공연장에 입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석연치 않게 길어지는 이설주의 공개활동 중단은 결국 주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이설주의 마지막 공개 활동인 지난해 1월 행사 당시에도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입장하고, 그의 바로 옆에서 행사를 지켜본 건 이설주가 아닌 주애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주애를 실질적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대행하는 영애(令愛)로 연출하고 있다"며 "어머니인 이설주와 함께 등장하면 유사한 외모로 인해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물론, 어린 딸로서의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등하거나 그들을 뛰어넘는 리더십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딸 주애는 유용한 선전수단이다. 주민들에게 자애로운 어버이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한편, 주애로 대표되는 미래세대에 안정과 번영을 약속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2월 9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서 딸 주애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자 흡족해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설주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북한의 예술 영재학교로 알려진 평양 금성제2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 2005년 9월에는 인천광역시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에 북측 응원단 자격으로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 2009년에 김정은과 결혼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2년 7월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현지지도에 김정은과 동행하면서 처음으로 대내외에 존재를 알렸다.
한편 북한은 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첫 운영위원회(지난 19일)를 열고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촉구한 것에 반발하면서 "단호한 행동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를 통해 "다무적제재감시팀이라는 것은 존재명분과 목적에 있어서 철저히 불법적이고 비합법적이며 범죄적인 유령집단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의 도발행위를 추호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한 행동으로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 국제법을 거리낌 없이 지속해서 위반하는 북한이 유엔 회원국의 의무인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불법적, 비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자기모순이며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