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길원옥 할머니 유족, 성폭력상담소에 1000만원 기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88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故길원옥 할머니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길 할머니는 13살의 나이에 중국 만주의 위안소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활동을 했다. 뉴스1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88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故길원옥 할머니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길 할머니는 13살의 나이에 중국 만주의 위안소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활동을 했다. 뉴스1

지난 16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길원옥 할머니의 유가족이 인천시 여성권익시설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길 할머니의 유가족은 이날 시장 접견실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길 할머니의 유가족인 아들 황선희 목사, 며느리 조근순 여사와 인천시 결연시설인 인천성폭력상담소 김석순 소장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는 평생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길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유족들이 인천시 여성권익시설에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길 할머니 유가족은 “어머니께서 생전 선행을 많이 하셨다”며 “(장례를 치른 뒤) 어떤 일을 하면 어머니가 좋아하실까 고민하다 어머니께서 가장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3살 때 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고 중국 만주로 향했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수난을 겪었다.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뒤부터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나가 피해를 증언했을 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노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16일 자택에서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인천성폭력상담소는 길 할머니 유가족의 기부금을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치유받을 수 있도록 심신 회복 프로그램실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고인의 헌신과 뜻을 기리기 위해 프로그램의 이름을 ‘길’로 명명하기로 했다. 김석순 소장은 “‘길’ 프로그램이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안정적인 치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그분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인천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인데 이 중 233명은 사망했다. 연령별 생존자는 90∼95세 2명, 96세 이상 5명이다. 평균 연령은 95.7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