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권력 시험대…FBI·DNI 수장 "업무보고 안해" 대놓고 반기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모든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 업무 성과 보고를 요구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안보·정보 부처의 수장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머스크의 광범위한 권력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충성파' 인사인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직원들에게 사실상 머스크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 수장.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 수장. AFP=연합뉴스

 
앞서 전날 머스크는 "모든 연방 직원은 '지난주에 무엇을 했는지 알려달라'는 e메일을 받게 될 것이며 답변하지 않으면 사임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이후 실제로 미 인사관리처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당신은 지난주에 무엇을 했나요'란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은 '지난주 달성한 성과를 5개로 요약 정리해서 오는 24일 오후 11시 59분까지 답변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머스크가 연방정부 직원들의 업무 상황을 토대로 대규모 감원을 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 기관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개버드 국장은 직원들에게 내부 메시지를 통해 "업무의 민감성과 기밀 수준을 고려할 때 모든 정보기관 근무자들은 인사관리처의 메일에 답변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파텔 국장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인사관리처의 보고 요구에 대해) FBI는 자체 절차를 통해 내부 검토를 할 것"이라며 "답변을 보류하라"고 전했다.  

반발은 여러 부서로 확산하고 있다. 국무부는 티보르 나기 관리 담당 차관 직무대행이 직원들에게 "어떤 직원도 자신의 지휘 체계 밖으로 자신의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며 "국무부가 직접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국방부 역시 인사 담당 대행의 메시지를 통해 "국방부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 평가를 책임지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해당 메일에 답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연방 근로자를 대표하는 두 개의 가장 큰 노조인 연방공무원노조(AFGE)와 전미재무공무원노조(NTEU)는 회원들에게 인사관리처의 메일에 대응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공화당 내에서도 "머스크의 지시가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마이크 로울러 하원의원), "공무원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일에 대해 존중을 받아야 한다"(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NYT는 "이런 반발은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 걸친 머스크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불안감과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미 많은 직원으로부터 좋은 답변을 받았다. 이들은 승진 후보자로 고려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답변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