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의 64%, 소득 상위 30%가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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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비슷한 시기 고액 전세대출의 비중도 커졌다. 차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 자료에 따르면, 2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대출이 전체 전세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17.5%에서 지난해 6월 말 27.5%로 약 1.57배 급증했다. 2억원 초과 3억원 미만 전세대출 잔액으로 보면 9조4000억원에서 23억2000억원으로 2.4배 늘었다. 특히 3억원을 웃도는 초고액 전세대출(3억원 초과 전세대출 취급 안 하는 하나은행 제외) 잔액도 2조9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2.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전체 전세대출 잔액이(70조3000억원→110조원) 56.4%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고액 전세대출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전셋값 올린 전세대출 “전세 사기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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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전세대출이 전세 사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기관 보증으로 전세대출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집값 대비 전셋값이 과도하게 올라갔고 이것이 전세 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발생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매 신청 주택 4555건을 분석해 보니, 집값 대비 전세가율은 2022년 85%에서 지난해에는 92%까지 높아졌다. 경실련은 “HUG가 반환보증과 전세대출로 전세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전만 해도, 전세가율은 집값 대비 60~70% 선에서 형성됐었다”면서 “집값과 전세 보증금이 비슷할수록 깡통전세 위험은 커진다”고 짚었다.
전세 사기는 피해는 임차인뿐 아니라 보증을 선 정책기관으로도 고스란히 전이됐다. 지난해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돈은 1조6537억원에 달한다. 차 의원은 “전세대출이 보편화 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전세대출 개편 고려 중”
다만 전세대출을 이용해 주거를 마련하는 서민들도 여전히 많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대출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이들에게 당장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지난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정책 추진을 일단 멈췄다.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비율 (조정 여부)는 시장 상황을 좀 봐야 하므로, 오는 4~5월께 구체적 내용을 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출 중에 전세대출의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전세대출은 서민 지원이라는 여론이 여전히 있어서 쉽게 손대기가 어렵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