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부정선거 의심 증거로 등장한 ‘붙어 있는 자석 투표지’는 정전기 때문이라고 신수정 교수가 감정했다. 신 교수는 “두 장을 뗐을 때 손상이 없었고 분석 이후 다시 저절로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충북대 인근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연수을 재판 때 투표용지를 감정했던 신수정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만나 “당시 원고(민경욱 전 의원) 측이 고른 투표용지의 재질과 인쇄 상태, 잉크 등을 종합적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사전·당일 투표용지와 차이가 없었다. 외부 유입 종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권다발처럼 보이는 빳빳한 투표지에 대해선 “겉으로 그렇게 보였을 수 있지만 현미경이 아닌 돋보기로도 접힌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2022년 7월 대법원 기각 선고 이후 처음이다.
빳빳한 투표지? 돋보기로도 접힌 흔적

원고 측에서는 빳빳한 투표용지 중 10장을 골라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10장 중 6장에서 접힌 흔적(녹색 점선)이 발견됐다.
투표용지가 신권다발처럼 보인 이유에 대해 신 교수는 “고무줄로 묶은 상태로 투표지를 보관하면 공기가 빠지고 압력이 가해지면 투표지가 더 펴지게 된다”며 “접지 않은 투표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외 사전 투표의 경우 봉투가 투표용지보다 커서 접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접지 않고 말아서 넣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심 투표지 조작 흔적 없었다
투표용지가 외부에서 위조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 결과 원고가 의혹을 제기한 감정 대상 투표지와 선관위가 보관하던 투표용지에 총선 당일 사용된 잉크젯 프린터로 찍은 사전투표지(법정생성물) 사이에 오차 범위는 대부분 표준편차 이내였다. 각 실험 항목에서 1~2장씩 오차 범위를 벗어난 것이 있었지만 차이가 뚜렷하게 크지 않아 다른 투표용지로 볼 수 없다고 신 교수는 판정했다.
결국 신 교수는 “사전투표 용지는 모두 선관위가 갖고 있던 용지와 잉크로 동일하게 찍힌 것으로 밝혀졌으며 의심되는 투표지 모두 외부에서 위조·조작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 투표지 감정 결과
①빳빳한 투표용지
겉으론 새것처럼 보여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면 접힌 흔적이 보인다
②신권다발 투표지
묶인 상태로 시간이 지나고 압력이 가해지면 새것처럼 보일 수 있다
③형상기억종이 논란
그런 종이는 없지만, 종이는 원래 상태로 회복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④대량 위조 가능성
의심되는 투표용지와 선관위 용지의 성질을 비교했지만, 조작 흔적 없었다
자료: 인천연수투표용지 관련 감정보고서 및 (2022년 2월) 감정인 신수정 교수
겉으론 새것처럼 보여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면 접힌 흔적이 보인다
②신권다발 투표지
묶인 상태로 시간이 지나고 압력이 가해지면 새것처럼 보일 수 있다
③형상기억종이 논란
그런 종이는 없지만, 종이는 원래 상태로 회복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④대량 위조 가능성
의심되는 투표용지와 선관위 용지의 성질을 비교했지만, 조작 흔적 없었다
자료: 인천연수투표용지 관련 감정보고서 및 (2022년 2월) 감정인 신수정 교수
형상기억, 학계엔 없는 말…없어서 없다고 한 것
하지만 신 교수는 겉보기에는 빳빳한 투표지로 보였어도 실제론 접힌 흔적이 발견됐던 점을 다시 거론하며 형상기억종이 논란을 일축했다. 신 교수는 “원고 측이 ‘종이에 주석 성분을 포함시키면 형상기억종이를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을 재판정에서 내게 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성분이 포함된 종이는 없을 뿐 아니라 감정한 투표용지 중 이런 성분이 포함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단 신 교수는 “종이는 원상으로 복원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접힌 종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펴질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종이의 속성을 염두에 두고 빳빳해 보이는 투표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조된 투표용지인지 여부는 빳빳해 보이는 외양만으론 곤란하고 실제 종이의 특성, 인쇄 상태와 같은 세밀한 특징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자신을 감정인으로 추천한 원고 측이 감정 결과를 부정하면서 부정선거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저를 추천한 건 민경욱 전 의원 측이었다”며 “그런데도 감정 결과를 믿지 못하는 건 이미 정답을 정해 놓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감정인이 말하는 형상기억 종이의 진실
형상기억 종이 없다 발언, 처음에 어떻게 나왔나.
신수정 교수 (이하 신): 2021년 11월 감정인 심문 전에 누군가 다가와 ‘형상기억종이라는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없다고 답했다.
없다고 한 이유는?
당시 떠올린 형상기억 종이는 문자 그대로 형상(形像),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를 기억하고 다시 그 모양을 재현하는 종이였다. 예를 들면 종이로 눈사람이나 코끼리를 만든 후 펼쳤다가 다시 그 모양을 만드는. 물론 그런 건 학계에서도 없는 개념이라 없다고 한 것.
접었던 종이가 펴지는 것을 형상 기억이라고 해석할 순 없나?
신: 접힌 종이가 시간이 지나 펴지는 것은 그저 종이의 기본적인 성질일뿐. 이걸 형상기억 종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발언이 의도와 달리 전파된 것?
신: 그렇다.
이를 알았을 때 심경은
신: 자신의 논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을 파악해 그것만 알리고 있다. 제가 실제 감정한 것들은 아무도 얘기를 안한다. 그들 주장에 상반되는 감정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부정선거론자로 알더라. 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