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미회신자 사직’ 머스크에 트럼프 “천재적”…공무원노조 반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연단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연단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업무 성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사직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거듭 신뢰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머스크가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 이메일로 24일 밤까지 업무 성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고 방침을 알린 데 대해 “천재적”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호평했다. 이어 “‘지난주에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은 실제로 일을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답변하지 않는다면 해고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수천억 달러의 사기를 발견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ㆍ국방부ㆍ국가정보국(DNI)ㆍ연방수사국(FBI) 등 외교안보 부처와 정보기관 수장이 머스크 이메일에 답변하지 말라고 한 것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기밀 사안이 있는 곳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머스크와 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 22일 인사관리처(OPM)를 통해 정부 공무원 230만여 명에게 보낸 ‘지난주에 무엇을 했습니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지난주에 한 업무 내용을 5개로 요약 정리해 24일 밤 11시 59분까지 답변할 것을 지시했다. 답변을 회신하지 않으면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도 했다.

공무원 노조 “머스크, 절차 안 지켜” 소송

이에 공무원 노조가 소송을 내는 등 반발이 확산됐다. 미국공무원연맹(AFGE) 등 공무원 노조 단체들은 23일 “이번 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절차 요건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인사관리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 단체는 머스크를 두고 “평생 단 한 시간도 공공 서비스에 종사한 적 없는 비(非)선출직 억만장자에게 자기 일을 증명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잔인하고 무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메릴랜드 연방지방법원이 24일 미 교육부와 인사관리처의 민감한 정보에 대해 머스크가 이끄는 정보효율부(DOGE) 팀의 접근을 2주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일도 있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인사관리처는 사태 수습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관리처는 “오늘 회의에서 각 기관에 (업무 보고를 위한) 이메일 회신을 하는 것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통지했다”면서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 사직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고 더힐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신임을 확인한 머스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ㆍ옛 트위터) 계정 글을 통해 “이메일로 보낸 요청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몇 글자만 입력한 뒤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통과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의미 없는 테스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재량권에 따라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두 번째(요구)에도 답변하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라고 했다.

업무 성과 보고 이메일 회신을 둘러싼 정부 기관 간 혼선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내각 일부 장관과 기관장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조직을 간섭한 것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고 보도하며 “머스크가 관료 조직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모두가 하나의 통합된 팀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와 반대되는 얘기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머스크 발 키스 트럼프’ 가짜영상 등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맨발에 입을 맞추는 듯한 모습의 가짜 영상. 사진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맨발에 입을 맞추는 듯한 모습의 가짜 영상. 사진 SNS 캡처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발에 입을 맞추는 듯한 모습의 가짜 영상이 연방정부 건물 TV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이날 있었다. 머스크의 맨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술을 내미는 모습의 영상이 주택도시개발부(HUD) 건물 내 TV에 한때 흘러나왔고 자막으로 “진짜 왕이여, 영원하라!”(Long Live the Real King)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뉴욕의 교통혼잡 통행료를 폐지한 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합성 사진과 “왕이여, 영원하라!”(Long Live the King)는 자막을 붙여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을 조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상은 인공지능(AI)이 만든 딥 페이크(가짜 합성 이미지)였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영상을 본 공무원들은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가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규모로 구조조정하며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건물에 노출된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금세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