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인 브로커가 작성한 허위 난민 신청서. 신청서에 48세 여성이라고 밝힌 허위 난민은 "오로지 남편의 돈만 바라본 가족들에 의해 결혼의 덫에 걸렸다"며 남편의 학대가 난민 신청 사유라고 주장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한 인도인 브로커 2명과 난민 신청자 8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브로커들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브로커 2명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관광비자(C-1)로 입국한 인도인들에게 건당 300~1000달러를 받고 허위 난민 서류를 꾸며준 혐의를 받는다. 브로커들은 신청자의 출신 지역·나이·종교 등 정보를 이용한 허위 스토리를 만들었다. 신청자들이 정치와 종교적 사유로 박해와 학대를 받았다는 식의 사유다. 신청서를 보면 "남편이 나를 부정하다고 비난하고 신체·언어적 학대를 한다"고 적은 신청서도 있었다.
허위 고시원 입실 원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해 거주지를 속이기도 했다. 브로커들이 한 달 치 고시원 사용료를 결제했지만, 실제 신청자들은 해당 고시원에 살고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행각은 지난해 7월 같은 주소를 둔 외국인들에게서 난민 신청이 들어오는 것을 의심한 출입국 당국에 발각됐다. 출입국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전국으로 흩어진 난민 신청자의 소재를 파악해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일당들은 농어촌에 취업하거나 도시에서 배달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위 난민 신청자들은 살지도 않는 고시원에 사는 것처럼 거주지를 속이려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일단 난민 신청을 접수하면 난민 심사에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도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통해 평균 4년 이상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는 취업 목적으로 입국한 뒤 난민 신청 절차의 취약점을 악용해 취업 등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난민 발생 상위 5개국과 달리 한국의 난민 신청자는 러시아·중국·인도·카자흐스탄 등 보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의 외국인들의 난민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허위 난민 신청을 예방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인정을 제한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극히 제한적이다. 난민위원회 심사 결정 처리 기간이나 난민 신청 횟수 제한도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난민 신청자나 범죄자 등 인도적 보호 필요성이 없는 대상자들에 대한 강제 퇴거 등 제재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