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연금개혁 청년간담회에서 손영광 연금개혁청년행동 공동대표(오른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측이 맞서다가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사정을 설명했다. 24일 실무협의회에서 소득대체율을 민주당 안대로 44%로 하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소득대체율 44%를,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조정장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속도가 붙었다.
자동조정장치는 말 그대로 변수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이다. 변수는 정하기 나름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시한 안은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변화를 반영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수급자가 받는 노후 연금액은 전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만큼 오른다. 연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이때 가입자 수 감소율과 기대여명 상승률을 반영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인상분을 낮춰서 적용한다. 가령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이고, 가입자 감소율이 1%, 기대여명 상승률이 0.5%라고 가정하면 '3-(1+0.5)=1.5'를 적용해 연금액을 3% 올리지 않고 1.5%만 올리게 된다.
연금액 상승률을 낮춰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래 받아야 할 연금액을 삭감하는 결과가 나온다. 자동으로 적용하니까 재정 안정에는 효과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를 9%→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 올해는 41.5%)에서 42%로 올리는 안을 공개하면서 기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계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료와 소득대체율만 바꾸고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지금처럼 연평균 4.5%인 것으로 가정하면 기금 소진 시기가 2056년에서 2064년으로 늦춰진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5.5%로 잡으면 2071년으로 늦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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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자동조정장치를 2036년에 도입하면 2088년(기금수익률 5.5%로 가정)으로 미뤄진다. 32년을 벌게 된다. 즉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2%+기금운용수익률 5.5%+자동조정장치 2036년 도입'의 조합이 이렇다는 뜻이다. 2036년은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해이다.
자동조정장치를 2054년(연금 수지 적자 발생 시기)에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기가 2077년으로 늦춰진다. 지금 이대로 둘 경우보다 21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소득대체율이 정부안(42%)보다 1~2%p 올라갈 가능성이 커 기금 소진 시기가 몇 년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바로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조건부 도입, 즉 실행 시점이 됐을 때 국회 승인을 받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자동이 아니라 반자동 또는 수동 조정장치가 된다.
자동조정장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도입했다. 모든 회원국이 고령화의 쓰나미를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은 가입자 감소율(3년 평균)과 평균수명 증가를 변수로 적용한다. 핀란드는 기대여명 증가만큼 연금액을 깎는다. 독일은 수급자 대비 가입자의 비율을 적용한다. 스웨덴은 연금 부채가 보험료 수입과 기금보다 많아지면 균형지수를 적용해 삭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