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게수하식수협이 지난해 8, 9월 경남 일대 멍게 양식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수온에 따른 멍게 폐사율이 9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멍게 생산량 3만톤 가운데 약 70%가 경남에서 나온다. 사진 멍게수하식수협
고수온에 씨 말라… 활멍게가 없다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해상 멍게 작업장.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 첫 경매인 초매식을 치른 후 멍게 선별 작업으로 한창 바빠야 할 때이지만, 지난해 고수온 여파에 97%의 멍게가 폐사하면서 작업장엔 사람이 없었다. 김민주 기자
멍게 어가는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 한 해의 첫 경매식인 ‘초매식’을 연다. 제철 활멍게가 본격 출하된다는 신호탄 같은 성격의 이 행사엔 어민과 상인은 물론 통영시장 등 주요 기관장들도 참석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초매식도 열리지 못했다.
이날 찾은 김씨의 멍게 작업장은 물론 주변 10여개의 작업장은 모두 적막했다. 멍게 작업장은 수㎞ 떨어진 바다의 양식장에서 멍게를 실어와 크기 분류, 껍질 제거 등을 하는 곳이다. 작업장 면적은 20평(66.1㎡) 정도다. 바다와 맛닿은 한쪽엔 텅 빈 뗏마(멍게에 밴 뻘이 빠지도록 2, 3일 쌓아두는 배)가 얕은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업장 가운데 설치된 멍게 선별기도, 손질한 멍게가 담긴 상자를 곧장 땅 위의 물차로 실어 올리는 컨베이어 벨트도 모두 멈춰서 있었다.
3월 중순이 되도록 초매식도 못한 것은 고수온 탓에 ‘말라 죽은’ 멍게가 많기 때문이다. 수하식(양식하는 생물을 수중에 매달아 기르는 방식) 멍게 양식은 밧줄 등을 이용해 양식용 기둥에 멍게 종묘를 체결하고, 이를 통상 수심 3~15m의 바닷물 속에 담가 기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년간 길러 성인 주먹 정도의 크기가 된 멍게가 생식 능력을 갖추면 ‘성체’로 봐 시중에 판다.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한 멍게 작업장에서 멍게 양식어민이 텅 빈 작업장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김민주 기자

정상적인 멍게 (왼쪽)와 지난해 8, 9월 경남 연안 양식장에서 폐사한 멍게. 사진 멍게수하식수협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멍게수협이 지난해 8, 9월 전체 양식어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멍게 폐사율은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식장 가운데 드물게 수심이 25m 안팎으로 깊은 곳의 개체만 극소수 살아남았다는 게 멍게수협 측 설명이다.
늦어지는 출하에 냉동 멍게도 값 치솟아
국내 멍게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경남 양식어가의 출하가 막히면서 가격은 치솟는 추세다. 예년의 경우 초매식 즈음의 활멍게는 1㎏당(껍질 제거 후 깐 멍게 기준) 1만6000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올해는 출하된 것이 없어 아예 가격 형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활멍게 출하가 막히자 멍게수협은 보유하고 있던 냉동 멍게 100t을 시중에 풀고 있는데, 1㎏당 가격이 예년보다 30~40%가량 오른 1만6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냉동 멍게 가격이 활멍게 만큼 뛴 셈이다.

지난해 9월 멍게수하식수협 관계자가 경남 연안 일대 멍게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멍게수하식수협
TF 꾸린 어민 “심해 어장 개발 등 절실”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멍게 작업장. 초매식을 치른 후 멍게 선별 작업으로 한창 바빠야 할 때이지만 고수온 여파로 인한 멍게 폐사 탓에 작업할 물량이 없는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