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재검토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불이 꺼진 채 의학서적이 놓여 있다. 뉴시스
정부의 입영 특례에 응하지 않은 군 미필 전공의들은 대화 단절 등에 따른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이르면 오는 13일, 길게는 4년 뒤에나 입영하게 된다. 수련이 중간에 중단되거나,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13일 공중보건의(공보의)로 입영하는 전공의 A씨는 11일 "전공의 수련이 끊기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다. (의정) 대표가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군 미필 전공의(입영 대기자)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군 미필 전공의 문제를 위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한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명백한 상황에서 장기전으로만 대응하려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복귀를 바라지만 강경한 의료계 분위기 때문에 학교로 가지 못한다고 털어놓는 의대생도 많다. 한 의대생(본과)은 "(강경한) 대전협·의대협(의대생 단체) 입장을 보면 그들이 나중에 돌아왔을 때 집단행동을 거부한 복귀자에게 가할 보복을 생각하게 된다. 때문에 복귀가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한 의대는 25학번 신입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수업 거부 찬반 투표를 했는데, 반대 투표자가 이달 초 한 자릿수 대에서 급기야 지난 10일엔 1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신입생 B씨는 "선배들이 여러 모임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며 소속감을 심어주는 대신 수업을 못 듣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왼쪽)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미소를 보이고 있다. 뉴스1
의대 졸업 뒤 도제식 수련이 이어지는 의료계 문화상 의대생이 선배인 전공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지난 6일 기준)에 그친다. 서울의 한 의대 학부모 C씨는 "박 위원장과 의협이 의대생들에게 휴학을 이어가라고 사실상 압박하고 있지 않으냐"며 "본인들은 의사 면허도 땄고 군 문제도 해결했다고 정말 무책임하게 누워만 있다"라고 답답해했다. 최근 일부 의대에선 학부모 대표가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집단 내 낙인 찍기'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는 일도 생겼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24·25학번 동시 교육을 문제 삼지만 (24·25·26학번이 동시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 사태를 생각한다면 의대생 복귀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빅5' 병원 한 전공의는 "정부가 이보다 더 좋은 안을 내놓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일단 의대생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생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의대생을 향해 "이제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와 같은 조치는 더는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에는 "선배로서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복귀를 독려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