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경기 중 연습장에서 공 친 챔피언조

이민우가 3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민우가 3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 인근 폰테 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최고 초속 13m의 강풍이 몰아쳤다.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호주 교포 이민우와 악셰이 바티아가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4번홀까지 두 선수는 페어웨이에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 그래도 잘 버텼는데 5번 홀에서 사달이 났다.  

460야드로 길고 어려우며 맞바람까지 분 이 홀에서 두 선수의 티샷이 모두 왼쪽 숲으로 갔다. 다행히 볼을 찾았으나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 했고 근처에 드롭할 곳도 없었다. 홀과 볼의 연장선 뒤쪽으로 가야 했는데 그쪽은 연습장이었다.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는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연습장은 OB구역이지만 여기는 아니다. 연습장을 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며 코스 가운데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두 선수는 숲을 지나 연습장에서 세 번째 샷을 했다. 그러나 워낙 멀고 맞바람도 불어 두 선수는 4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이민우의 5번 홀. 3번째 샷을 연습장에서 쳐 페어웨이로 보냈고 4온에 2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PGA 투어 샷링크

이민우의 5번 홀. 3번째 샷을 연습장에서 쳐 페어웨이로 보냈고 4온에 2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PGA 투어 샷링크

2017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최종라운드 13번 홀에서 조던 스피스는 티샷 슬라이스를 내 볼이 연습장 쪽으로 날아갔다. 주최 측은 연습장이 13번 홀과 너무 멀리 떨어져 거기까지 공이 갈 것으로 상상도 못했고 OB구역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피스는 이 곳에서 파를 잡았고 우승했다. 일부 선수들은 스피스를 두고 “연습장 챔피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날 바람 때문에 고생한 선수들이 많았다. 윌 잘라토리스는 마지막 5개 홀에서 9타를 잃었다. 이민우는 이날 6타를 잃어 공동 16위가 됐다.

이민우는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와 잘 맞는다. DP월드투어에서 뛰던 2023년 세계랭킹 50위에 들어 이 대회에 첫출전했다가 우승 기회까지 잡았다.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위로 스코티 셰플러와 챔피언조에서 격돌했다. 그러나 최종라운드 4타를 잃어 공동 6위로 밀렸다.

이민우는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 5타, 둘째날 6타를 줄여 공동 선두에 올랐다. 크지 않은 체구에도 장타다. 이번 시즌 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19.6야드로 8위다. 이날도 시속 194마일의 티샷을 날렸다. 그러나 운이 좋지 않았다. 바람이 강해 장타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 홀 그린 밖에서 퍼트로 버디를 잡아 그나마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선두는 바람 속 2타를 줄여 12언더파가 된 JJ 스펀이다. 버드 콜리가 11언더파 2위다. 로리 매킬로이는 8언더파 공동6위다. 이 대회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스코티 셰플러는 5언더파 공동 16위다.   

한국은 김주형이 4언더파 공동 22위다. 공동 65위로 시작해 3타를 줄였는데 순위가 43계단 올랐다. 임성재, 안병훈(2오버파 공동 56위), 김시우(3오버파 공동 62위)는 강풍에 타수를 잃었다.

악천후가 예보돼 최종라운드는 한국시간 16일 밤 9시에서 11시1분까지 1번과 10번 홀에서 3인 1조로 티오프한다.    

폰테 베드라비치=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