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차관 방북…'30일 휴전' 시간 끄는 푸틴, 작전회의 시작됐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30일 휴전안’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업무를 담당하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는 한편 북·러 차관회담도 진행했는데, 종전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작전회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최선희 외무상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차관을 단장으로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을 만나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최선희 외무상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차관을 단장으로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을 만나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는 전날 “루덴코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을 만나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담화”를 했다. 통신은 담화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날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루덴코 차관 간 양자회담도 진행됐다. 통신은 “회담에서 쌍방은 2024년 6월 역사적인 조로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과 두 나라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에 맞게 쌍무교류와 협조를 적극 추동하고 국제무대에서 호상 지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적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하고 견해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실천적 방도’를 거론한 건 양 측이 국제적 사안과 관련해 함께 세를 과시하기 위한 액션 플랜에 합의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논의가 의제로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러 측이 미국과의 협상 상황 일부를 북 측에 공유했을 수도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러시아 측은 이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영토 문제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빠르게 진군하는 과정에서 추가 파병된 북한군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분석이다.   


이처럼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은 채 사실상의 공동 참전국인 북한을 찾아 고위급 회담을 한 게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전 뒤 북한군 생존자 및 포로 처리 문제,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바라는 반대급부 제공 문제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현지 시찰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는데, 이는 관련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이 지난 14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외무성 대표단이 지난 14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이번 루덴코 차관의 방북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답방 논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지난해 말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소우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올 5월 전승절에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북한군을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