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대법관 후보에 90억 태운 까닭…민주·공화 대리전 됐다

미국 위스콘신주(州)에서 대법관을 뽑는 선거가 내달 1일 열리는 가운데, 선거가 공화·민주 대리전 양상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오는 17일, 민주당 전 부통령후보였던 팀 월즈는 18일 위스콘신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만큼 양당의 관심이 집중됐단 뜻이다. 이번 선거에선 위스콘신주 법무부 차관보를 지낸 민주 성향의 수전 크로퍼드 후보와 공화 성향의 브래드 쉬멜 전 위스콘신주(州) 검찰총장이 맞붙었다. 크로퍼드 후보는 임신 중절권을 내세웠지만, 쉬멜 후보는 트럼프의 지지 기반 확대에 중점을 뒀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아들이 14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와 그의 아들이 14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7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진보 대 보수가 4 대 3으로 진보가 소폭 우위다. 그런데 올해 7월 민주 성향의 앤 월시 브래들리 대법관의 임기가 종료되며 공석이 생기게 됐다. 이를 계기로 양당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대법관으로 앉히기 위해 경쟁 중이다. 

특히 이번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쉬멜 후보에게 620만 달러(약 90억원)를 후원하며 판이 커졌다. 620만 달러는 지금까지 공개된 개인 후원금 기준 최대 규모다. WSJ는 "머스크는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후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 운동의 핵심 인물이 됐다"고 평했다. 그가 쉬멜 후보에게 자금을 댄 건 테슬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위스콘신주 대법관 후보로 나선 브래드 쉬멜(왼쪽)과 수전 크로퍼드. AP=연합뉴스

위스콘신주 대법관 후보로 나선 브래드 쉬멜(왼쪽)과 수전 크로퍼드. AP=연합뉴스

 
테슬라는 제조업체가 딜러십(자동차 제조사나 정식 대리점에서 운영하는 판매·서비스 전문점)을 갖는 것을 금지하는 위스콘신주의 '공장 매장법(factory store law)'에 불만이 높다. 테슬라는 이 주에 회사 매장이 두 개 있지만, 해당 법 때문에 차량 구매자는 차량을 픽업하기 위해 다른 지역 매장까지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쉬멜은 WSJ에 "머스크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면서도 "머스크와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 측도 답변을 요청하는 WSJ의 e메일에 응답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금융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100만 달러·약 14억 5400만원), 하얏트 호텔 체인을 소유한 부호 가문 출신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0만 달러·약 7억2700만원), 링크드인 공동창립자 리드 호프먼(25만 달러·약 3억6300만원) 등이 이번 선거에 자금을 댔다. 이를 두고 WSJ는 "가장 비싼 사법 경쟁"이라고 평했다. 2016년만 해도 위스콘신 주대법관 선거에선 430만 달러(약 62억 5400만원)가 들었는데, 이 금액은 2023년 5500만 달러(약 799억원)로 껑충 뛰었다.   

WSJ는 "이번 선거 결과는 위스콘신주의 낙태권, 노조 활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스콘신은 전통적으로는 민주당 텃밭인 '블루월(파란 장벽, 민주당의 상징색)'이었지만, 최근엔 경합주로 분류된다. 지난 선거에선 트럼프가 득표율 0.9% 포인트 차로 간신히 승리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오토바이 업체 할리 데이비슨 등이 위스콘신주에 공장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