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美 원조 삭감에 아프간 의료시설 80% 중단 위기... 수백만 명 생명 위협"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행정부가 대외 원조 예산을 크게 줄이는 가운데 세계 저소득 지역 곳곳에서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로 WHO가 심각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게 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하는 필수 의료 서비스 80%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재정난으로 아프간 내 167개 의료 시설이 운영을 중단했다며 "긴급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6월까지 추가로 220개 이상의 의료 시설이 문을 닫게 돼 아프간 국민들이 기본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WHO가 아프간에 지원하는 의료 시설 80%가 운영 중단된다며 이는 여성, 아동, 노인, 난민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WHO는 설명했다.


에드윈 세니자 살바도르 WHO 아프가니스탄 대표는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이라며 "안전하게 출산할 수 없는 어머니들, 생명을 구할 백신을 맞지 못하는 아이들, 치명적인 질병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역 사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WHO를 비롯해 전 세계 비정부기구(NGO)와 다른 나라의 원조 등에 의료시스템을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홍역·말라리아·소아마비 등 다수의 보건 위기와 싸우는 상황이다.

WHO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만 1만6000건 이상의 홍역 의심 사례가 보고됐고, 111명이 사망했다.

또 출생 10만 건당 638명의 산모가 사망해 전 세계에서 산모 사망률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여기에 5세 미만 아동의 10%가 영양실조 상태이며, 45%가 성장 부진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22일 유엔에 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WHO 정규 예산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으며 지난 2년간 WHO가 모금한 긴급 자금의 34%를 기부한 미국의 탈퇴로 WHO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