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다 소시지 판매 늘린다…폭스바겐의 굴욕, 무슨일

"조만간 차보다 소시지가 더 많이 팔릴 것이다."
 
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독일의 폭스바겐그룹에 대한 현지 언론의 우울한 전망이다. 그만큼 폭스바겐그룹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시장 판매감소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신 구내식당 용으로 생산해 상품화 한 소시지가 인기를 끌면서 생산과 판매는 늘리기로 했다. 주력 제품(차량)은 줄이고 비주력 제품(소시지) 생산은 늘리기로 결정할 만큼, 현재 폭스바겐이 처해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은 셈이다. 

17일(현지시간)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는 2029년까지 일자리 7500개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노사는 정리해고 대신 명예퇴직 등 방식으로 일자리를 줄이기로 합의하고, 고용안정 협약을 2033년까지 4년 연장했다. 앞서 폭스바겐 노사도 지난해 10월 독일 직원 약 12만명 가운데 3만5000명을 2030년까지 줄이고 독일 공장 10곳 중 2곳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또 폭스바겐 산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 4000명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 중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11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세후 순이익이 전년보다 30.6%,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업황과 현금흐름 악화 등을 이유로 전날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높은 중국 의존도에 발목

폭스바겐그룹이 위기에 직면한 건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 전기차 구매를 늘리고 자국 완성차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비야디(BYD) 등 중국의 수많은 전기차 기업들이 성능 좋은 저가형 모델을 선보이면서 완성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차이나이브이데이터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1월 폭스바겐의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한 4552대로 집계됐다. 대형 전기 세단 ID.7의 경우 지난해 2269대가 팔렸지만 지난 1월 판매량은 7대에 그쳤다. 


돈 되는 건 다한다...소시지 판매 확대

폭스바겐그룹은 소시지 판매 확대와 방위산업 진출을 들고 나왔다. 생존을 위해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하겠다는 것이다. 

차량 판매 부진과는 대조적으로 폭스바겐그룹이 만드는 소시지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정도로 인기다.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자체 공장에서 소시지(커리부어스트)를 만들어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소시지가 855만2000개가 팔려 그룹 자동차 판매량 903만7000대에 육박했다. 독일 일간지 FAZ는 “소시지 판매량이 곧 자동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회사에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 독일 공장을 군용차 생산 라인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ZDF방송에 출연해 군용차량 생산을 예로 들면서 "기본적으로 이같은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자체 공장에서 소시지(커리부어스트)를 만들어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자체 공장에서 소시지(커리부어스트)를 만들어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