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유통업계 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나란히 백화점 본점을 재단장하며 서울 명동 상권 재편에 나섰다.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두 백화점 본점은 각각 면세점ㆍ호텔 등으로 이어지는 쇼핑 타운을 구축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한국의 대표 관광 명소라는 명동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국적 불문 젊은 큰손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1일 본점 영플라자의 영업을 종료하고 다음 달부터 전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02년 기존 미도파백화점이 영플라자로 간판을 바꿔 단지 23년 만이다. 리뉴얼 작업은 2027년 말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동안 영플라자는 명동 상권을 찾는 젊은 고객들을 위해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나 온라인 인기 패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왔다. 이번 리뉴얼은 본점의 본관·에비뉴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1년부터 본관 리뉴얼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식품관, 뷰티관, 여성패션관, 남성해외패션관 등을 차례로 개편했다. 향후 본점 에비뉴엘도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영플라자 공사를 통해 글로벌 젠지(Gen-Z,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고객을 이끌 K콘텐트 전문관을 조성하는 등 ‘롯데타운 명동’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동 ‘신세계타운’과 격돌

정근영 디자이너
롯데의 행보는 신세계가 12년 만에 추진하는 본점 리뉴얼 작업과 맞물려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초부터 본점 재단장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본점 타운화를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첫 단계로 지난 14일 본점 신관을 리뉴얼하고 명품 브랜드와 식음료(F&B) 매장을 강화했다. 다음 달 초에는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로 꾸며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본점 본관은 명품·잡화 중심의 ‘더 리저브’로 개편하고, 신관 이름도 ‘디 에스테이트’로 바꿀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명동 타운화 전략을 통해 구매 단가가 높은 VIP 고객과 젠지 세대를 노렸다. 본점 신관 명품 매장을 확장하는가 하면 13ㆍ14층을 식당가로 개편하고 오는 6월까지 미쉐린 가이드, 블루리본 등 검증받은 맛집과 전통 노포, 트렌디한 음식점을 대거 유치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2층 리뉴얼 매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오프라인 경험 강조한 ‘타운화 전략’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 각 사
유통업체 라이벌 간의 백화점 본점 ‘타운화 전략’은 온라인으로 빼앗긴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모두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 상권에 백화점, 면세점, 호텔을 나란히 확보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숙박과 쇼핑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 잠실점 역시 백화점·쇼핑몰·호텔·테마파크 등을 한데 모은 ‘롯데타운 잠실’을 구축해 지난해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대학원장)는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타운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관광 상권에 위치한 본점의 경우 구매력이 큰 잠재 소비자를 얼마나 유치하는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