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지난 17일부터 오는 2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가 주최 글로벌 AI 콘퍼런스인 'GTC 2025'에 참가해 하반기 양산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와 차세대 AI 서버용 메모리 표준 '소캠'을 처음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 'GTC 2025' 전시 부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19일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시제품을 제공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2026년에 HBM4를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세웠지만,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의 요청에 따라 개발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SK AI 서밋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HBM4의 공급 일정을 6개월 당겨 달라고 요청했다”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게 이에 관해 물어봤는데 ‘한 번 해보겠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HBM4 12단 제품은 속도나 용량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처음으로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5기가바이트(GB)짜리 풀 HD급 영화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전 세대(HBM3E) 보다 60% 이상 빨라졌다.
또한 HBM3E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HBM 12단 기준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 8단·12단도 업계 최초 양산하며 AI 메모리 시장의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는 엔비디아 블랙웰울트라에 들어가는 HBM3E 12단 역시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유일한 공급사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 SK하이닉스
한편 SK하이닉스는 2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5에 참가해 ‘메모리가 불러올 AI의 내일’을 주제로 전시관을 꾸린다. 여기에 HBM4 12단 모형도 전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GTC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엔비디아가 사용 중인 자사의 GDDR7을 토대로 한 양사 간 협력과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메모리가 미치는 영향 등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