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거주하는 윤근(88) 여사가 충남대에 40억 상당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윤 여사가 이날 발전기금 전달식을 마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대
윤근 여사 "기구하게 살며 모은 재산 기부"

충남대에 40억 상당 부동산을 기부한 윤근(88)여사. 사진 충남대
윤 여사는 충남 청양군 장평면에서 태어났다.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 등이 가정을 꾸렸지만, 3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아버지가 자녀 셋이 있는 새어머니와 함께하면서 가족은 늘고 가정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이에 초등학교 입학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13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17살 때 고향에서 중석(텅스텐) 광산 인부와 결혼했지만, 여전히 먹고 살기 어려웠다. 나무를 해서 지게에 짊어지고 수십 리 밖에 내다 팔았다. 윤 여사는 19살에 무작정 상경해 도자기 공장, 행상 등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같은 또래는 대학에 다니기도 했지만, 독학으로 한글을 읽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윤근(88) 여사가 충남대에 40억 상당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윤 여사가 이날 발전기금 전달식을 마치고 충남대 김정겸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대
부산에서 숙박업으로 돈 벌어
그는 수십년간 타향살이를 했지만, 늘 고향이 그리웠다고 한다. 부산에서 경상도 사투리 속에 충청도 사투리가 섞여서 들리면 쫓아가 고향을 묻기도 하고, 여관에서 묵던 충청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줬다.

부산에 거주하는 윤근(88) 여사가 충남대에 40억 상당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윤 여사가 이날 발전기금 전달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대
"김밥 할머니 뜻 이어받아 기뻐"
윤 여사는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며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던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충남대 김정겸 총장은 "윤 여사님 인생은 역사 그 자체"라며 "뜻을 받들어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기부받은 부동산을 교육시설·수련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