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크를 시도하는 듀크대 포워드 플래그(왼쪽). 3월의 광란을 뜨겁게 달굴 NCAA 수퍼스타다. AP=연합뉴스
20일 개막한 올해 대회는 예년보다 열기가 더 뜨겁다. 반세기 만에 등장한 백인 수퍼스타 덕분이다. 듀크대 신입생 쿠퍼 플래그(18)가 그 주인공이다. 키 2m6㎝의 백인 포워드 플래그는 공·수 능력과 운동신경을 두루 겸비한 특급 유망주다. 여기에 BQ(농구아이큐)까지 뛰어나 "반세기 만에 환생한 래리 버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래리 버드(69)는 보스턴 셀틱스를 세 차례 챔피언(1981·84·86년)으로 이끈 레전드다. 당시 NBA에서 보기 드문 백인 선수였던 버드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매직 존슨(66)과 라이벌 구도를 이뤄 1980년대 NBA의 흥행을 이끌었다. 버드는 인디애나 주립대 4학년이던 1979년 NCA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플래그는 포지션(포워드)과 신장은 물론 지능적인 플레이 스타일까지 빼닮았다.

플래그(오른쪽)는 남다른 운동신경은 물론 지능적 플레이에도 능하다. 로이터=연합뉴스
3월의 광란은 그가 프로 무대에 뛰어들기 전 농구 팬들에게 기량을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NBA는 하위권 팀들에게 다음 시즌 신인 선발 상위 지명권을 준다. 순위가 낮을수록 신인 선발 우선권을 가질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다음 시즌 대상 신인 선수 중 초대형 유망주가 있을 땐 올 시즌은 포기하고 신인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팀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024~25시즌이 그렇다. 정규리그 하위 팀 중 일부는 플래그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경기를 졌다는 의혹을 받는다.
플래그의 성장 스토리는 한 편의 '농구 만화' 같다. 미국 메인주 인구 약 3000명의 소도시 뉴포트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농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랄프)와 어머니 켈리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부모의 DNA를 물려 받은 플래그는 두 살 위 선수들과 맞붙어도 압도할 만큼 남다른 실력과 체격을 자랑했다. 중학교 땐 인근 지역에도 '농구 천재'로 소문나면서 고교 강팀들의 영입 대상 0순위로 떠올랐다.

덩크슛을 시도하는 플래그(왼쪽). 고교생 나이로 대학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향 팀에서 더는 이룰게 없자, 플래그는 이듬해 플로리다주의 몬트버드 아카데미로 전학했다. NBA 스타를 숱하게 배출한 농구 명문고다. 고향 팀에서 더는 이룰게 없자, 플래그는 이듬해 플로리다주의 몬트버드 아카데미로 전학했다. NBA 스타를 숱하게 배출한 농구 명문고다.
이곳에서 플래그는 날개를 마음껏 펼치며 그해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플래그가 이끈 몬트버드는 33승 무패를 질주하며 전국 제패에 성공했다. 당시 NBA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41·LA레이커스)가 플래그의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플래그는 2022년 역대 최연소로 '올해의 미국 남자 농구 선수'에 선정됐다. 이후에도 그는 승승장구하며 '올해의 미국 고교 선수' '올해의 미국 남자 고교 선수' '고교 농구 올스타(이상 2024년)'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미국 농구대표팀의 파트너 선수로 뽑혔던 플래그. AFP=연합뉴스

월반해 듀크대에 입학한 플래그. 사진 플래그 인스타그램
차세대 MVP로 꼽히는 루카 돈치치(26·LA레이커스)는 슬로베니아 국적, 돈치치의 경쟁자 빅토르 웸반야마(21·샌안토니오)는 프랑스다. 마흔이 넘은 제임스와 30대 후반의 커리는 선수로는 황혼기다. 이런 가운데 플래그의 등장은 미국 팬에게 한줄기 빛이다. 미국인은 '플래그가 향후 10년간 NBA를 이끌 미국인 스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플래그는 대학 무대 마지막 대회가 될 '3월의 광란'에서 우승하겠단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 15일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22일 대회 64강전에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존 셰여 듀크대 감독은 "플래그는 첫 판부터 경기에 뛸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전체 2번 시드를 받은 듀크대는 플래그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듀크대의 마지막 우승은 2015년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