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우리은행에 비수 꽂은 BNK 박혜진 "위성우 감독님께 죄송"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박혜진(오른쪽). 뉴스1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박혜진(오른쪽). 뉴스1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 

친정팀 우리은행에 비수를 꽂고 소속팀을 창단 첫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부산 BNK 주장 박혜진의 소감이다. BNK는 2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박혜진의 역전 3점포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55-54로 꺾었다. 

원정 1, 2차전에서 모두 이긴 BNK는 시리즈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9년 창단 이후 6시즌 만에 일군 감격의 첫 우승이다. 박혜진에게도 이번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우리은행이 친정팀이다. 우리은행에서만 8차례 챔피언에 올랐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를 수상하며 '우리 왕조'를 세웠다. 지난 시즌도 우리은행의 핵심 멤버로 우리은행의 우승에 힘 보탰다. 

 우승 트로피를 든 박혜진(가운데). 뉴스1

우승 트로피를 든 박혜진(가운데). 뉴스1

하지만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고향 팀 BNK 유니폼을 입었다. 은퇴를 앞두고 고향에서 마지막 도전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은행 시절 동료였던 김소니아도 하면서 BNK는 우승 후보급 전력이 됐다. 예상대로 BNK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챔프전에 올라 우승까지 했다. 박혜진은 BNK가 우승을 확정한 챔프전 3차전에서 승리를 확정하는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렸다. 그는 BNK가 52-54로 뒤진 경기 종료 19초 전 역전 결승 3점포를 꽂아넣었다. 

박혜진은 "믿기지 않는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익숙한 농구를 하다 팀을 옮겼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가지고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우승까지 바라보지는 않았고,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달렸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노력도, 고생도 많이 했는데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며 감격한 박혜진(오른쪽). 송봉근 기자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며 감격한 박혜진(오른쪽). 송봉근 기자

그는 "찬스가 나면 해결하려고 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 안혜지가 패스를 잘해줬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신인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낯선 곳에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서 BNK가 첫 별을 달게 됐다. 우리은행에서의 추억도 소중하고,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BNK 유니폼에 첫 별이 달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박혜진은 친정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우리은행이 챔프전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며 "지금까지 '같은 경기일 뿐'이라고 했지만, 우리은행을 마주칠 때마다 슬픈 감정이 컸다. 내가 선택한 것인데도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 팀이 지면 감독님한테 가서 인사 드릴 수 있었는데 이기면 죄송한 마음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감독, 코치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것은 위성우 감독님 덕분이다. 위 감독님의 가르침이 몸에 배어있다. 감독님에 대한 감사함과 죄송함을 안고 농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