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내려가는 韓 경제전망…IMF도 1%대 제시 가능성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올해 경제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내릴 요인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1일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인 암로(AMRO)는 한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올해 1.6%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전망인 지난해 12월 1.9%보다 0.3%포인트 내려 잡은 수치다.

앞서 19일에는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2.0%로 제시했던 숫자를 지난달 1.7%로 하향 조정한 뒤 한 달 만에 또 1.3%까지 내렸다. 17일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주요 기관이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전망을 또 고치는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피치는 우선 단기적인 경기 하방 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피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를 (한국은) 여전히 겪고 있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2분기 말 선거가 실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로는 올해 한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 “통화정책의 완화와 설비투자 회복으로 내수는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수출은 반도체 사이클 하강과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영향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의 리스크 요인으로도 ▶미국의 관세 인상 ▶미국·유럽·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경제 심리 위축과 외국인 관망세 등을 명시했다.


주요 기관 중에선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아직 2%대에 있다. 그러나 이는 다음 달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IMF 측은 올 1월 전망에서 2.0%를 제시하면서 계엄과 탄핵 문제를 고려했지만, 당시 구체적인 지표가 나오지 않아 직전(지난해 11월) 전망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의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의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 뉴스1

국내 기관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한 한국은행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은이 13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전쟁’이 극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기본 시나리오상 1.5%·1.8%였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이 둔화와 함께 높은 물가 수준에 대한 부담도 상존하고 있다. 암로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9%로 조정했다. 암로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에너지 가격과 해운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유류세와 전기요금 조정도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는 성장 부진에 대응해 빠르게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정책이 정치적 문제에 걸려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화 가치를 낮춰서(환율은 상승)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효과를 상쇄하고 수출을 지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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