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부수고 도끼처럼 클럽 날렸다…PGA투어 분노의 계절

퍼터를 하늘로 차고 있는 패튼 키자이어. 미국 골프채널 캡쳐

퍼터를 하늘로 차고 있는 패튼 키자이어. 미국 골프채널 캡쳐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템파 인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골프장 코퍼헤드 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 2라운드. 아담 해드윈은 10번 홀 샷 실수를 하고 그린쪽 으로 걸어가다 눈에 보인 스프링클러를 클럽으로 내리쳤다. 

스프링클러에 화풀이를 한 해드윈은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물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고 해드윈은 물을 잠그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날은 매우 추웠다. 근처에 있던 갤러리가 물에 젖기도 했다. 해드윈은 사과했다. 3타 차로 컷탈락했다.

   
이 대회에서 선수들의 분노로 인한 돌발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전날 패튼 키자이어는 15번 홀에서 약 1.6m 파 퍼트를 놓친 후 미식축구 펀터가 볼을 높고 멀리 차듯 퍼터를 하늘 높이 차버렸다. 퍼터는 그린 반대쪽에 떨어졌는데 샤프트가 부러진 상태였다. 키자이어는 이 홀에서 웨지로 퍼트해 보기를 했고 경기 중 허리가 아프다며 기권했다. 이 때 그의 스코어는 3오버파였다.

이 장면을 보고 미국 골프채널 해설자인 게리 코크는 “NFL에 가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걸까요”라고 농담을 했다.
또 다른 해설자인 브래드 팩슨은 “약 20야드 거리였는데, 필드골이 됐을 겁니다. 추가 점수입니다”라고 맞장구쳤다.
아나운서는 “(이 지역의 NFL팀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가 키커를 찾고 있나”라고 했다.

39세의 키자이어는 PGA 투어 10년 차로 3승을 거뒀으나 최근 6경기 모두 컷통과하지 못했다. 여러 기록이 다 안 좋지만 퍼트가 가장 나쁘다. 타수 이득 라운드당 기록이 -0.58타로 160위다. 그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선수다. 페덱스 랭킹은 176위다.


 
사건은 또 있었다. 2라운드 3번 홀 보기를 한 사히스 티갈라는 파3인 4번 홀 티샷을 한 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스윙이 끝나기도 전에 클럽을 놔버렸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그는 클럽을 집어 티박스 쪽으로 던졌다. 클럽은 토마호크 도끼처럼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관중들이 놀랐다.

미국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화가 나 돌발행동을 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다. 그래도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점잖은데 이번 대회는 유난히 많다.

코스가 너무 어려웠다. PGA 투어에서는 코스가 아무리 어려워도 최소 8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대부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3라운드까지 선두가 7언더파다. 코스도 어려운 데다 날씨도 춥고 바람이 강하면서도 일정하지 않게 분다. 지난해 우승자인 피터 말나티는 1라운드 페어웨이에 볼을 한 번도 보내지 못했다.

어려워도 공정하면 괜찮지만, 코스가 완벽하게 관리된 건 아니다. 선수들이 억울하게 보기를 했다고 화가 날 수도 있다. 

대회가 열린 팜하버는 은퇴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다른 대회에 비해 갤러리가 적다. 올해는 날씨가 추워 평소보다 더 적었다. 보는 눈이 적다는 얘기다. 그러나 요즘 핸드폰으로 웬만한 건 다 촬영된다.

게다가 선수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상위권 선수들만 나가는 시그니처 대회 제도를 만든 후 스타급 선수들과 비스타 선수들 간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PGA 투어의 풀시드가 125명에서 100명으로 줄어든다. 올해 선수 중 20%가 해고되는 셈이다. 선수들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팜하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