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건물이 불에 타 전소한 모습. 김정석 기자
운람사 건물 7채 중 6채 불에 타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건물이 불에 타 전소한 모습. 김정석 기자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경내에 세워진 석탑이 불에 그을려 있다. 김정석 기자
군데군데 그을음이 묻어 있는 석탑 옆으로는 다 쓴 휴대용 소화기가 여러 개 쌓여 있어 전날의 다급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법당과 공양간도 뼈대만 남아 있거나 내부가 모두 탄 상태였다. 운람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숲마저 대부분 불에 타거나 나무 둥치 부분이 새카맣게 불에 그을려 있었다.
운람사 주지인 등오 스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근처 벤치에 앉아 잿더미로 변한 운람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람사가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불자들이 등오 스님에게 위로를 건네며 합장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빠르게 옮겨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운람사 스님과 보살들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안전한 곳으로 급히 옮기고 있다. 사진 고운사 도륜스님
전날 산불이 시작되자 등오 스님과 보살들은 화염이 운람사를 덮치기 전 빠르게 문화유산부터 옮기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 담요를 뒤집어 씌운 뒤에 화물차 짐칸에 실었다. 다른 문화유산들도 빠르게 차에 옮겨싣고 직선거리로 10여km 떨어져 있는 의성군 금성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스님과 보살들이 문화유산을 옮기는 동안 운람사를 지키러 온 산불진화대원들이 총력을 다해 불길을 향해 물을 쏘며 불을 끄려했지만 삽시간에 번지는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강풍을 타고 날아다니던 불길은 운람사 목조건물 곳곳으로 내려앉으며 화염을 일으켰다.
산불이 시작된 다음날인 23일 오전까지도 운람사 주변에는 매캐한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운람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아래에서도 여전히 커다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날 경북도와 산림당국은 헬기 52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워낙 화선이 길어 산불을 완전히 잡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역사 가치 깊어…조속히 복원을”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운람사 스님과 보살들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 문화유산을 안전한 곳으로 급히 옮기고 있다. 사진 고운사 도륜스님
한편 경북도와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진화율은 51%로 집계됐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소방헬기 52대, 진화인력 3777명, 진화차량 453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74채가 전소됐으며,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인원은 35개 마을 136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