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이재민·진화대 돕자…이어지는 온정의 손길들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최근까지 안평면사무소 앞에 차려져 있던 의성산불 현장지휘소가 이곳으로 옮겨왔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안평면사무소 앞까지 위험지대로 변한 탓이다.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마당에 초록색 산불 현장지휘소가 급하게 차려진 다음 날인 이날, 지휘소 옆으로 여러 단체에서 마련한 천막들이 연이어 세워졌다. 천막마다 이재민과 진화대원들을 위한 커피와 라면, 생수 등이 가득 쌓였다. 이들이 편하게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도 여러 개 설치했다.

현장지휘소에 몰려든 온정 손길

한쪽에는 커다란 밥차도 들어섰다. 밥차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밥을 짓고 반찬을 소분하면서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서 나온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밥과 반찬을 플라스틱용기에 담으며 도시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50대 여성 봉사자는 “지금도 산불과 싸우고 있는 진화대원이 힘들지 우리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BBQ 직원들도 유니폼을 갖춰 입고 한쪽에 구호물품이 든 박스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KT 경북북부지사도 물과 충전기, 물티슈 등을 지원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의성산불 현장지휘소가 마련된 이곳에 산불 이재민과 진화대를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들이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의성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며 지역 주민들이 신음하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의성군종합자원봉사센터, 경북종합자원봉사센터, 의성군새마을부녀회, 대한재해구호협회, 농협중앙회 등 여러 기관·단체들의 성금과 구호물품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지난 23일 의성체육관을 찾아 각종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구호물품 100세트를 전달했다.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 다양한 기관·단체에서 천막을 치고 이재민과 산불진화대를 위해 음식을 나누고 있다. 김정석 기자

2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임시청사 앞에 마련된 의성산불 현장지휘소 인근에 다양한 기관·단체에서 천막을 치고 이재민과 산불진화대를 위해 음식을 나누고 있다. 김정석 기자

 

기관·단체·기업 나눔행렬 이어져

지역 식당과 카페들도 진화대원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누는 등 나눔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과거 2022년 경북 울진군에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지역 식당·카페가 소방대원이나 이재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던 일이 의성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다른 지자체의 지원도 이어졌다. 서울시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지역 복구 등을 위해 구호금 5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부산시도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해 재해복구비 5억원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 지정 기탁하기로 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의성을 비롯한 영남지역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을 진행하기로 했다. 모금회는 산불진화 현장 지원을 위해 2000만원의 성금을 즉시 지원하는 한편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성금 모금 창구를 열고 다음달 30일까지 특별모금을 실시할 방침이다. 전우헌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산불로 삶의 터전에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재민들을 위한 소중한 성금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회장 김인)는 의성·산청·울주 등 산불 피해 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억원을 전달한다고 25일 밝혔다. 중앙회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하여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며, 공제료 납입유예 및 사고 발생 지역 주민의 보험금 지급 요청 시 신속히 지급할 예정이다. 

25일 경북 의성 산불이 나흘째 잡히지 않는 가운데 한 의성읍 의성종합운동장 인근 카페 유리창에 소방관 등 진화대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5일 경북 의성 산불이 나흘째 잡히지 않는 가운데 한 의성읍 의성종합운동장 인근 카페 유리창에 소방관 등 진화대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5일 낮 12시 기준 진화율 60%

한편 앞서 22일 오전 11시 24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25일 낮 12시 기준 산불피해면적은 1만4483㏊로 추정되며 화선은 244㎞에 달한다. 전체 화선 중 146㎞를 진화해 잔여 화선은 98㎞로 파악됐다. 진화율은 60%다.

산림당국은 진화헬기 77대와 인력 3836명, 진화장비 457대를 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26채, 창고 33동, 공장 1동 등 총 101곳의 시설피해가 났다. 의성에서 1552명, 안동에서 1264명 등 총 2816명의 주민이 산불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상태다.